“제주 4·3사건 소재 영화 만들고 싶다”… 재일동포 2세 최양일 감독

입력 2011-08-19 23:01


“성공했든, 실패했든 한 영화에는 감독의 모습이 투영돼 있어요. 제 영화들이 DVD로 나와 있으니 한국 관객들도 제 작품을 통해 저와 오래오래 잘 사귀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으로 꼽히는 최양일(62) 일본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은 19일 서울 CGV 압구정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1948년 일본 나고야에서 출생한 재일교포 2세인 최 감독은 지난 17일 개막한 제5회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독립영화들이 많이 상영되기 때문에 세계 영화의 최신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흥미를 갖고 경쟁부문 작품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3일까지 CGV 압구정에서 열리는 CINDI 영화제는 디지털영화의 향연으로 경쟁부문인 ‘아시아경쟁’ 15작품을 포함해 32개국 100편의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다.

그는 “CINDI 영화제는 규모는 작지만 질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영화제”라며 “메이저 상업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개인의 마음 속 이야기를 깊이있게 다루거나 영화 안에 자유로움이 넘치는 작품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최 감독은 일본에서의 한국영화의 현주소에 대해 들려주며 한국영화에 대한 조언도 했다.

그는 “10년 전쯤 일본에서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영화 붐이 일었었는데 지금은 한국영화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한국영화가 일본영화보다 더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조언할 것은 없다”면서도 “한국, 중국, 일본의 프로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공동제작 등의 방법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또 중국의 우위썬(오우삼)처럼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 감독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한국에서 지진희 강성연 주연의 ‘수’란 작품을 만들었던 최 감독은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겠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20여년 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인데 아직까지도 뜻을 이루지 못했어요. 선뜻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나오지 않고 있고, 한·일 간에 독도 문제 등으로 미묘해지는 등 여건이 여의치 않아요. 어렵지만 내가 죽기 전에 꼭 그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최 감독은 83년 ‘10층의 모기’로 감독 데뷔한 후 주로 사실적인 폭력을 통해 현실의 잔혹함을 일깨워온 리얼리즘 계열 영화를 만들어 왔다.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감독상을 안겨준 ‘피와 뼈’(2004)를 비롯해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 ‘개 달리다’(1998), ‘퀼’(2003) 등 모두 18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