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내정자 “기존 질서 뒤엎는 게 사법개혁 아니다”
입력 2011-08-19 22:45
양승태(63) 대법원장 내정자가 19일 이용훈 대법원장을 찾아 사법 현안을 논의했다. 향후 6년간 사법부를 이끌 후보로서의 첫 행보다. 1시간30분 정도의 면담 뒤 양 내정자는 “아직 순전히 야인인데 관심을 많이 줘 부담된다”고 했다. 사법부 보수화에 대해선 “허허” 하고 웃음으로 대신했다.
◇대법관 재직 때 재산 2배 늘어=양 내정자는 2005년 2월부터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재산을 17억1000만원 늘렸다. 대법관 퇴임 이후인 4월 관보에 공개된 재산 내역을 보면 부인 김선경(55)씨 보유분을 포함해 총재산은 31억9943만원이다. 지난해보다 1억8664만원 증가했다. 배우자 명의로 서울 행당동 2곳에 94.25㎡(28.5평) 크기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신고 가액은 5억2874만원이며, 등기부등본에는 1979년 부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돼 있다. 경기도 성남시 시흥동의 309.84㎡(93.7평) 단독주택은 부부 공동명의인데 9억4300만원이다. 자동차는 양 내정자 본인 이름으로 2005년식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를 보유 중이다. 여행과 등산을 즐기는 내정자의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인은 2009년식 경차 모닝을 갖고 있다.
예금(보험·투자 상품 포함)은 총재산의 절반인 15억2280만원에 달한다. 부부가 각각 7800만원짜리 골프 회원권 1개씩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개인 채무 6000만원을 갚은 기록도 있다.
양 내정자는 2005년 대법관에 취임할 무렵 14억8929만원을 신고했다. 이후 해마다 평균 2억8000여만원씩 증가해 지난 4월 공개 때는 2배 이상 늘었는데, 신고상으로는 소유 부동산 가치 상승, 예금 증가, 상속 등이 주요 요인이다.
◇원칙 중시하는 온건 보수=양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유경험자다. 2005년 2월 대법관 후보자 때와 4년 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내정됐을 때 종일 국회에 나가 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여기서 드러난 그의 성향은 온건 보수로 압축된다.
양 내정자는 대법관 청문회 당시 사형제에 대해 “개인적으론 폐지됐으면 좋겠지만 국민 여론이 아직 컨센서스(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간통죄에 대해서도 “큰 타당성은 없는 법”이라고 했다.
사법 개혁과 관련해 “기존 질서를 뒤엎는 게 개혁이 아니다”라며 “현재 제도 중 무엇이 잘못됐는지 통찰력과 혜안으로 걸러 제도 개선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중앙선관위원장 청문회 때는 유신헌법에 대해 “독재 헌법이란 생각에 변함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인권을 옹호하는 가치관은 대법관 재임 시절의 판결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양 내정자는 ‘용산 참사’ 사건 주심을 맡아 불을 내 경찰관을 숨지게 한 철거민 등에게 전원 유죄를 선고하며 경찰의 법 집행을 옹호했다. 2009년에는 민주노총의 경찰차 파손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범위를 좁게 본 원심을 깨고 ‘100% 배상하라’는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불법 행위엔 단호했지만 인권 문제엔 관대했다. 같은 해 ‘교도소 개방형 화장실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받았다’는 한 제소자의 소송에 대해선 “국가가 5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여성의 종중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시 소수 의견을 낸 경우가 6%대에 그쳤다는 점도 안정 지향적 성향을 말해 준다.
지호일 우성규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