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전남 담양군의 ‘사랑의 끈맺기운동’] “내 자식 돌보듯 십시일반”
입력 2011-08-19 18:12
전남 담양군 공무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는 ‘사랑의 끈맺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단체장이나 담당 부서의 강요가 없지만 군 전체 공무원 580명 중 412명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담당부서인 주민복지과는 조재휘(58) 과장과 4명의 계장 및 직원 등 22명이 모두 동참하고 있다.
이들 공무원은 개인적으로 매월 월급날 자동이체 방법으로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5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담양군 내 소년소녀가장 수는 위탁가정으로 맡겨지면서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는 12명으로 줄었다.
담양군 공무원들이 소년소녀가장과 조손가정의 초·중학생들을 돕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민선 5기 단체장에 당선된 최형식(56) 군수가 “정신적 경제적 역경에도 불구하고, 이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소년소녀가장이나 조손가정의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운동을 펴자”고 제안한 뒤 군 특수시책으로 채택해 실천하고 있다.
최 군수는 “2008년 8월 어느 날 소년소녀가장(고교생)이 차비를 절약하기 위해 뜨거운 햇볕에도 불구하고 땀을 흘리며 걸어서 귀가하는 것을 보고 이들의 어려운 처지를 알게 됐다”며 “단체장이 된 뒤 돕는 방안으로 이 운동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운동에 참여한 고윤(56) 친환경농산유통과장은 “어려운 처지에서도 열심히 생활하는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적지만 정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며 “아이들이 잘 자라 지역사회의 참 일꾼이 되도록 후원하겠지만 작은 봉사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공무원들의 이 같은 후원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군의회를 비롯해 경찰서와 농협 및 각급 사회단체, 병원 등에서도 이 운동에 동참했다.
공무원들은 단순히 후원에 그치지 않고 소년소녀가장들의 사회적응 능력과 자립의지를 키워주기 위한 행사도 갖고 있다. 지난 10∼12일에는 소년소녀가장과 조손가정의 초·중학생 41명을 초청해 대전엑스포과학공원과 국립중앙과학원 등을 돌아보는 문화체험을 실시했다.
또 공무원들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상담을 벌이기도 한다. 실제로 담양군 공무원 2명은 지난 17일 소년가장 박민기(가명·16·고교 1년)군의 집을 찾아가 생활상태를 살폈다. 담당 공무원인 김민지(47·여) 여성가족계장은 “현실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항상 희망을 잃지 말고 꿈을 품고 열심히 노력하라고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군은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결코 외롭지 않다는 마음의 위안과 함께 실제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열심히 공부한 뒤 어른이 되면 도움을 받은 것 이상으로 남을 도우며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가수가 꿈인 박군은 청각장애에다 건강마저 좋지 않은 할머니(77)와 61㎡ 규모의 슬레이트 단칸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박군은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담양=글·사진 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