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 베팅 닮은 ‘쩐의 전쟁’… 1.8㎓ 1조원까지 오를 가능성
입력 2011-08-18 18:44
이틀째 이어진 SK텔레콤과 KT의 1.8㎓ 대역 주파수 경매가 도박판과 같은 ‘쩐(錢)의 전쟁’ 양상을 띠고 있다. 더 이상 최고가격을 부르지 않을 때까지 경매를 계속하는 ‘동시오름입찰’ 방식 때문에 17일 5000억원에 육박했던 1.8㎓ 대역 주파수 가격은 18일 최저가 대비 982억원이 상승(누적 21라운드)한 5437억원까지 치솟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애초 이번 주파수 경매 도입의 취지로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주파수 할당의 공정성 및 효율성 제고’를 내건 바 있다. 시장원리에 따라 주파수를 할당하면 특혜 시비와 같은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매가 과열 양상을 띠면서 당초 의도했던 시장원리라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주파수 가격만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과거 낙찰가가 최저가의 84배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처럼 과도한 비용부담이 발생할 경우 이통사들의 시설투자가 벽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국민에게는 서비스 질 저하와 통신요금 인상 등으로 전가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이번 경매에 나온 주파수 중 하나인 2.1㎓ 대역을 사실상 LG유플러스에 배정한 것을 두고 지나치게 모순적인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위는 사전에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의 황금주파수인 2.1㎓ 대역을 LG유플러스가 단독입찰하도록 했다. 이통사 간 주파수 경쟁력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차원에서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를 배려한 일종의 특혜 조치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러한 배려 자체가 경매 취지를 훼손할 뿐더러 방통위가 내건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는 비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3위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LG유플러스에 2.1㎓ 대역을 경쟁도 없이 내주고 나머지 2개 업체는 무한베팅을 하도록 하는 상황은 지나치게 불공평하다”며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만 보더라도 방통위의 경매도입 취지와 기대효과는 빛이 바랬다”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과 KT 두 회사 모두 입찰가가 ‘승자의 저주’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1.8㎓ 대역에서 가격경쟁을 펼칠 방침이어서 경매 장기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매 라운드마다 1% 수준(약 45억원)에서 입찰가격을 높여간다고 가정하면 19일 중 입찰가격이 6000억원을 넘어서고 다음주 후반 1조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과 KT의 1.8㎓ 대역 주파수 경매는 19일 오전 9시 22라운드부터 속개될 예정이다.
Key Word-‘1.8㎓ 대역 주파수’란
4세대 이동통신망인 LTE에 적합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주파수. 경매에 나온 주파수 중 가장 적은 대역폭(10㎒)을 가진 800㎒ 주파수에 비해 대역폭(20㎒)이 넓어 활용도가 높다. 영국의 보다폰, 미국의 T모바일 등 해외 이동통신사들 또한 4세대 LTE에 1.8㎓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