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청문회, 김진숙씨 전화 연결에 與 의원들 고함
입력 2011-08-18 22:03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18일 국회 한진중공업 청문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 사태로 청문회까지 열게 된 상황에 대해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으나 정리해고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뭇매 맞은 조남호=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조 회장이 무리한 정리해고를 실시해 이번 사태를 유발시켰다고 질타했다. 다른 조선사들이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도 영업이익을 낸 점과 비교하며 “조 회장의 경영철학이 무조건 사람 자르기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은 “정리해고를 할 정도로 회사 경영이 어렵다면서 주주들에게 174억원을 배당했고, 한진중공업홀딩스에는 50여억원을 배당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도 “한진중공업의 위기는 조 회장이 조작한 위기”라며 “2009년 3월부터 올해까지 3년간 현금배당한 440억원은 정리해고 근로자 94명의 10년치 임금”이라고 지적했다.
질타가 이어지자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홀딩스 지배주주로서 현금배당받은 것을 (회사에) 내놓는 등 경영 합리화에 기여하겠다는 자세를 가질 수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그런 의견을 검토해 곧 발표를 하든지 하겠다”고 답변했다.
조 회장은 정리해고에 대해선 “조선업계의 시황을 감안해 최후의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해고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해고자 복직문제는 경영정상화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 회장은 “개인적으로 회사를 떠나신 분들을 내일 당장이라도 모셔오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회사의 긴박한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체류하다가 지난달에 잠시 귀국했음에도 이 기간 동안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부도덕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을 받자 “본의 아니게 불필요한 오해와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의 필리핀지사인 수빅 조선소와 달리 영도 조선소가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전 세계적 추이가 대형선박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영도 조선소에서는 건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 목소리로 등장한 김진숙=참고인으로 채택됐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고, 영도 조선소의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오후 청문회 도중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김 지도위원을 휴대전화로 연결해 청문회장 마이크 앞에 댔다. 청문회장에는 “제가 크레인에서…”라는 김 지도위원의 육성이 울려 퍼졌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즉각 “뭐하는 짓이냐”고 큰 소리로 따지면서 청문회는 10분간 정회됐다.
정 의원은 2003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항의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조지회장과 곽재규씨의 합동장례식 동영상을 소개한 뒤 “해고는 살인이다.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말라”며 조 회장을 압박했고, 조 회장은 “다시는 이런 일 안 생기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여야 의원들은 ‘희망버스’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희망버스가 절망버스가 됐다. 일부 정치인이 활용하는 정치버스가 됐다”고 비판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폄하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