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뭍에서 100여개 단체 몰려와 편싸움… 악화일로

입력 2011-08-18 21:24


“공권력 투입 반대, 평화적 해결” “해군기지 No! No! No!”

18일 오후 3시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입구 삼거리.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각종 구호가 적힌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쇠사슬을 몸에 감은 주민과 시민활동가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농성 중이다. 경찰의 공권력 투입이 일단 유보됐으나 언제 다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덕삼거리는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구럼비 해안으로 통하는 유일한 입구다. 중덕삼거리와 구럼비 해안 구간 농로는 이미 용도 폐기돼 해군 소유가 됐다. 해군은 기지 건설 공사를 위해 농로를 폐쇄한 뒤 방음벽 등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이곳 삼거리를 중심으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삼거리 입구 쪽에는 각종 차량이 지그재그로 세워져 한 사람 정도 지날 수 있는 공간만 남겨뒀다. 경찰병력이 밀고 들어오기가 쉽지 않게 됐다.

◇마을에는 누가 있나=강정마을은 705가구 주민 1836명이 농어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주민 70%가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파괴와 전쟁 발생 때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찬성하는 30%는 국가안보사업이고,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제주도 전체 주민들의 의견은 대체로 기지 건설을 현실적으로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분석이다.

주민들 외에 ‘개척자들’ ‘생명평화결사’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외부단체들, 122개 단체로 구성된 제주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 민주노총, 참여환경연대 소속 관계자, 개인활동가 20여명 등 50여명이 현재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 등 도내 야5당 관계자들도 마을에 남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찬성단체도 있다. 해군기지 건설 강정추진위원회, 상이군경회, 특수임무수행자회, 재향군인회, 무공수훈자회 등도 기지 건설을 찬성하면서 강정마을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주변과 해군기지 공사현장, 강정포구, 중덕삼거리 입구 등에는 경찰이 10여명씩 경비를 서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서울과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400여명의 시위진압 기동대와 여경 기동대, 물대포 등 10여대의 진압장비 차량까지 지원받았다.

경찰은 기지 공사 때 반대단체의 업무방해 행위 등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해군 측의 공사를 반대단체들이 방해할 경우 경찰은 경찰병력을 투입해서라도 원활한 공사 진행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갈등은 왜 증폭됐나=제주도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협의회를 열고 갈등해소추진단까지 구성했다. 그러나 해군기지 입지선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는 반대 측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강정마을회가 해군기지 건설의 타당성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가고, 해군과 시공사들이 반대단체와 강정주민·활동가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한 데 이어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서 양측 간 갈등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