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의 후회… “공산당을 좀 더 일찍 버렸어야 했다”
입력 2011-08-17 21:51
“나는 공산당을 좀 더 일찍 버렸어야 했다.”
정치인들은 좀처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달랐다.
동서냉전을 허문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의 주인공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보수파 쿠데타 20주년을 맞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가장 후회되는 일로 주저 없이 “너무 오랫동안 공산당을 개혁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 공산당을 떠났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련 해체를 부채질한 1991년 8월 보수파의 쿠데타를 강하게 비판하며 쿠데타 주모자들의 음모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자신의 실수를 깊이 한탄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정책에 반대한 옛 소련 공산당과 국가보안위원회(KGB) 간부, 군 장성은 91년 8월 19일 흑해 연안의 크림반도에서 여름휴가 중이던 고르바초프를 연금하고 개혁 반대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3일 만에 실패했었다. 이후 소련은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쿠데타의 목적은 고르바초프가 추진하던 신 연방조약체결을 막는 것이었다. 조약은 쿠데타 발생 한 달 전 소련 최고회의에서 채택돼 20일 서명을 앞두고 있었다. 조약의 핵심은 소비에트 연방 정부의 권한을 연방을 구성하는 각 공화국에 대폭 이양해 느근한 형태의 새로운 연방을 구성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18일 쿠데타 세력이 들이닥쳤다. 나는 전화기를 들고 불청객이 들어왔다고 외쳤으나 전화는 불통이었다. 그들이 전화선을 끊어놓았다”고 회고했다.
고르바초프는 “당시 어렵긴 했지만 페레스트로이카가 진전되고 있었고, 경제위기 극복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며 이런 순간에 보수파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나도 당시 극도로 지쳐 있어 휴가를 떠났지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조약에 사인을 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그는 비밀리에 소련 해체를 주도하고 있었다”며 “그를 진작 아프리카 어느 나라 대사로 보내 조용히 지내도록 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