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 또 무산… 투자자들 “정부 못믿겠다”
입력 2011-08-17 21:27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이번에도 사실상 무산됐다. 예비입찰 마감 결과 1개 투자사만이 참여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여년을 끌어온 우리금융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예금보험공사는 17일 우리금융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MBK파트너스-새마을금고연합회 컨소시엄 한 곳만이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용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유효 경쟁이 필요하다는 게 공자위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혀 매각 중단을 시사했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지만 예비 입찰에 불참한 보고펀드와 티스톤파트너스는 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투자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데다 우리금융 주가 하락으로 헐값 매각 논란 등이 일자 입찰을 포기했다.
◇매각 파행 배경은=티스톤파트너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우리금융의 주가 하락으로 매각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 입찰에 불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주가 하락, 론스타 등 사모펀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한데도 금융당국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매각을 포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티스톤 관계자는 “주요 투자자들이 ‘당신 지금 없는 딜(Deal)을 가지고 흉내만 내는 게 아니냐’며 의심해왔다”면서 “정부가 사모펀드라도 괜찮다는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아 입장이 매우 곤란했다”고 토로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에 실패하면서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형식적으로 매각을 추진해 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이달 말 공자위 민간위원들 임기가 일제히 끝나는 데다 내년에 총선, 대선이 잇따라 열리는 만큼 금융당국이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내 금융지주사와 산은금융에 잇따라 우리금융을 떠넘기다시피 매각하려 했던 금융당국이 마땅한 매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자 사모펀드를 들러리 세워 시간만 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민영화 장기 표류하나=내년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우리금융 매각은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마땅한 매각 방법이 없어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국민주 방식이 추진되거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과 블록세일(시간외 대량매매) 등도 금융권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안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금융 매각의 3대 원칙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시장 발전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금융지주사를 포함해 입찰 자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더라도 기존 주주와의 형평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정부가 단순히 공적자금을 회수해 국고에 넣는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논의 틀을 더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