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때 소방관 아들 잃은 전직 소방관 WTC 방문자센터 설립 주도자원봉사하며 “증오 멈춰야”

입력 2011-08-16 19:27

9·11 테러 당시 아들을 잃은 60대 아버지가 변화된 삶을 살고 있다. 아들이 숨진 장소인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테러의 끔찍함을 알리고 있다.

아들 조너선은 소방관이었다. 2001년 9월 11일 WTC가 무너지던 날 조너선은 현장에서 근무 중이었다. WTC로 가고 있다는 말에 아버지는 “그래. 조심해라”며 짧게 통화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뒤 아들을 만날 수 없었다.

10년이 지났다. 아버지 리 아이엘피(67)는 2006년 WTC 방문자 센터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9·11 유가족 연합 회장이 됐다고 외신들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거의 매일 센터로 출근한다. ‘그라운드 제로’ 현장을 찾는 이들을 교육하고 유가족을 돕는 자원봉사를 한다. 그는 “어제 일어난 일을 바꿀 순 없지만 그걸 도구로 활용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아들과 마찬가지로 소방관이었던 그는 1996년 은퇴했다. 그의 바람은 낚시나 사냥 캠핑을 하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 가족 모두 바깥으로 나가는 걸 좋아해 은퇴해서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9·11 테러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의 인생도 당시 29세였던 아들을 잃은 이후 완전히 변했다. 아이엘피는 “만사를 제쳐놓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언젠가는 다시 낚시하러 가겠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지만 여행객들에게 증오가 아닌 미래를 강조한다. 아이엘피는 “미워하는 것은 쉽지만 우리가 증오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내일을 향한 희망 속에서 정의를 본다”고 강조했다.

방문자 센터에는 전 세계 130개국이 넘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 현장을 둘러본 소감을 적은 기록이 있다. 그는 “방문객들이 쓴 카드는 전 세계가 (9·11 테러를) 한목소리로 비난한다는 걸 보여 준다”면서 “우리는 함께 관용을 베풀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하며 테러리즘과 증오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문객들이 남긴 메시지를 이달 ‘9·11:세계가 말한다’는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아이엘피는 “빈라덴의 죽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전투에서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틀렸다”면서 “우리는 긍정적인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