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창립 50주년… 잔칫집 분위기 일그러졌다

입력 2011-08-16 18:14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6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전경련은 휴가철과 추석 연휴를 이유로 창립 공식행사를 오는 10월에 열 계획이지만 최근 잇따른 비판적인 여론으로 인해 50주년의 잔칫집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1961년 고(故) 이병철 초대 회장 등 13명의 경제인이 설립한 한국경제협의회를 전신으로 활동을 시작한 전경련은 그동안 재계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으나 최근 10여년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주요 그룹 오너들이 회장 자리를 고사하면서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지난 2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이후 12년 만에 재계 서열 7위의 허창수 회장이 취임하면서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듯했으나 허 회장의 색깔 없는 리더십과 정병철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고위간부들의 전횡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기업들은 전경련이 재벌 일감 몰아주기 규제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현안에 대해 기업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또 재계를 대변하는 경제단체가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한 채 오히려 기업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최근에는 전경련이 기업별로 정치인을 전담토록 한 뒤 후원금 지원이나 출판기념회 등 각종 행사 후원을 하도록 하는 등 로비를 벌이려다 들통 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하지만 허 회장을 비롯한 전경련 수뇌부들은 이 같은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허 회장은 사무국을 책임지고 있는 정 상근부회장과 이승철 전무의 독선적인 운영과 외부와의 소통 부재 등으로 곳곳에서 잡음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 그룹 임원은 “10대 그룹 오너가 전경련 회장을 맡아 종전과 다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대내외적으로 아무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회장’에 그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용웅 선임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