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우사인 볼트, 100m 최고기록… 9초35까지도 가능하다

입력 2011-08-16 15:11


“‘번개’가 왔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오는 27일 개막하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6일 한국 땅을 밟았다. 볼트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자메이카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입국했다. 볼트가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지난해 5월 열린 대구 국제육상경기대회 참가차 방한한 것을 포함해 두 번째다. 진한 군청색 모자를 눌러쓰고 입국장에 나타난 볼트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답하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볼트는 이어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오후 8시44분쯤 대구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꽃다발을 받고 그를 응원하는 팬들을 향해 박수를 쳐주고는 ‘번개’처럼 공항을 빠져나갔다.

볼트는 17일부터 경산 육상경기장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인간 번개’ 볼트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독보적인 스프린터인 볼트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100m와 200m에 출전해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특히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두 종목에서 세계기록을 갈아 치운 볼트가 대구에서 새로운 기록을 작성할지 세계 육상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볼트 하면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바로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얼마일까”이다. 볼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당시 세계신기록인 9초69로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1년 만인 2009년 베를린 대회 100m 결승에서 9초58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작성했다. 당시 과학자 및 스포츠 전문가들은 100m의 인간 한계를 9초5대에서 9초4대로 수정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볼트는 근대 육상이 시작된 이후 인간 한계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최적 조건을 갖춘 선수다. 최근까지 발표된 연구 자료에서 100m의 인간 한계는 9초44다. 육상 전문잡지 스파이크스 2008년 11월호에 따르면 남자육상 100m에서 10m 구간별 역대 최고 기록을 합치면 9초44라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이 기록은 킴 콜린스(35·미국), 모리스 그린(37·미국), 볼트의 기록을 합쳐 놓은 것이다. 스타트 후 10m까지는 콜린스가 가장 빨랐고, 그린은 20∼50m에서 최고 기록을 냈다. 나머지 부분에서는 볼트가 구간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볼트는 베를린 대회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하면서 구간 대부분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올렸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볼트의 베를린 대회 100m 결승 10m 구간별 기록에 따르면 볼트는 1∼10m와 20∼30m 구간에서 각각 콜린스와 그린에 뒤졌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모두 역대 1위였다. 볼트의 세계기록 당시 10m 구간별 기록과 구간별 역대 최고 기록을 조합할 경우 인간이 낼 수 있는 100m 최고 기록은 9초35까지 내려간다.

볼트는 긴 다리를 이용해 중반 이후 폭발적인 스퍼트를 낸다. 보통 70∼100m 구간에서 다른 선수들은 체력 저하로 속도가 떨어지지만 볼트는 이 구간에서도 중반과 같은 속도를 유지한다. 키 1m95의 장신인 볼트는 긴 다리 때문에 스타트 반응 속도가 경쟁자들보다 느리다. 하지만 100m를 내달리는 데 필요한 보폭 수는 단지 41.5회에 지나지 않는다. 볼트도 “100m에서 9초4대를 찍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본보 객원 해설위원인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경쟁자가 없는 대구 대회에서는 힘들 수 있겠지만 볼트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착실한 훈련을 통해 보폭 수를 줄인다면 9초3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