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산나눔재단, 기부문화 이정표 되길

입력 2011-08-16 17:51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을 제외한 범 현대가(家) 그룹사들이 16일 5000억원 규모의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준비위원회는 설립취지문을 통해 “재단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나눔의 복지를 실현하고 청년들의 창업정신을 고양하겠다”고 말했다. 또 “복지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1977년 아산 정주영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 소외 지역에 병원을 세우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회복지사업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만들려고 했던 고인의 뜻을 이어받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산나눔재단의 설립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자발적으로 재단을 설립키로 한 나눔의 정신을 높게 사고 싶다. 지금까지는 재벌 그룹들이 오너가 비리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사회 여론이 악화되면 무마용으로 거액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 식의 사회공헌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어렵다.

통상 기업이 사회복지재단을 만들 때에는 회사 출연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업 오너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산나눔재단의 경우 출연금에서 사주들의 개인 재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형제, 직계자손, 조카들이 2240억원의 사재를 선뜻 내놓은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면서 기부 문화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사회 양극화와 갈등을 줄이고, 통합을 이뤄내려면 정부, 기업, 단체, 개인 등 사회 구성원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동안 나눔과 상생에 다소 인색했던 다른 그룹들도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산나눔재단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청년들이 제2, 제3의 나눔을 실천해 기부 문화의 선순환 구조도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정 의원은 주식을 포함해 2000억원을 쾌척하고도 재단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정 의원의 입장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