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토로라 인수 최악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입력 2011-08-16 17:53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로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인터넷 공룡기업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업에까지 손을 뻗게 되면 그동안 구글의 개방형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해온 삼성전자나 LG전자, 팬택 등에는 큰 악재가 된다.
구글 측은 일단 “모토로라 인수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안드로이드 개방 약속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애플·MS와 안드로이드 진영이 벌이고 있는 특허 소송전에 대비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최근 애플과 MS가 특허권 6000여건을 보유한 노텔을 인수했는데 모토로라는 1만7000여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별도 출원한 특허도 7500건이나 되기 때문이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분리된 사업체로 운영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특허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등 39개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은 강력한 후원군을 얻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로 갖게 된 강력한 잠재력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며 결국 OS와 휴대전화기 통합생산 체제를 구축해 애플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구글이 과거에도 넥서스원이란 구글폰을 자체 디자인해 판매한 적이 있으며, 첨단기업의 속성상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하려는 욕구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모토로라 인수가격을 보면 현재 주가에 프리미엄이 63%나 붙었는데 이는 구글의 속셈이 단순한 특허소송 방어에만 있지 않음을 가늠케 한다는 것이다.
구글이 애플의 길을 가게 되면 안드로이드가 폐쇄 체제로 전환돼 로열티 요구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지 않더라도 구글이 안드로이드 새 버전을 자회사인 모토로라에 우선 공급해 신제품 개발에 나서면 다른 업체들의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우 삼성전자의 ‘바다’를 제외하면 독자적인 OS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세계 최첨단 산업계에서 일고 있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악을 상정하고 미리 대비하는 우리 기업들의 분투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