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이는 하이닉스 매각… “인수조건 혼선 죄송” 정책금융公 사장 사의
입력 2011-08-16 18:28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16일 하이닉스 매각 파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금융당국에 사의를 표명했다. 유 사장은 “하이닉스 채권단 내에서 결정되지 않은 입찰 조건이 보도되면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죄송하다”면서 “시중의 루머를 잠재우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지만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채권단이 하이닉스 구주 매입 비율이 높은 인수 후보자에 가점을 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러나 채권단 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해 오히려 논란이 증폭되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현대건설 매각 당시에도 우선협상자였던 현대그룹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등 대형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본인이 잇따라 논란의 중심이 된 데 대한 피로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경험이 있는 유 사장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정치권으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유 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답보상태였던 하이닉스 인수전은 더 꼬여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구주와 신주를 동시에 인수하도록 한 하이닉스의 매각 기준을 둘러싸고 SK텔레콤과 STX의 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인수 후보인 SK텔레콤이나 STX는 반도체 산업이 특성상 설비투자가 많아 매력적이지 않지만 신주 발행이라는 카드 때문에 하이닉스 인수에 뛰어든 것인데, 채권단이 하이닉스 구주(채권단 보유 지분 15%) 매입 비율이 높은 인수 후보자에 가산점을 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혼란을 겪어왔다.
이에 지난 11일 해명 기자회견을 자청한 유 사장이 “구주를 많이 사는쪽에 가산점을 주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가, 추가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인수하는 구주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전체 프리미엄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SK텔레콤과 STX는 이제 와서 딴 얘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한 바 있다. 두 기업 입장에서는 신주를 사면 인수 뒤 자금을 회사에 유보시킬 수 있어 설비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반면 구주 매입 비중이 높아지면 채권단이 보유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한 인수 후보 업체 관계자는 “유 사장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발언으로 인수 후보 업체들이 혼란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달 말 입찰제안서를 낼 때까지 논란이 가라앉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