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테러범 브레이비크, 우토야섬 현장 검증… 반성없이 입가에 섬뜩한 미소

입력 2011-08-15 21:28


그는 섬뜩할 정도로 태연했다. 노르웨이 연쇄 테러범의 얼굴에서 후회의 빛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달 22일 연쇄 테러로 총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에 대한 현장검증이 69명이 희생된 우토야섬에서 실시됐다고 AP통신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레이비크는 13일 오후 2시2분 빨간색 반팔 티셔츠에 방탄조끼 차림으로 우토야섬에 도착했다. 그는 범행 당시 우토야섬에 가기 위해 이용했던 것과 똑같은 연락선을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사고 및 도주 방지를 위해 브레이비크의 허리 부분에 밧줄을 맨 채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헬기도 우토야섬 상공을 지켰다. 검증에는 무장한 경찰과 검찰 관계자 등 약 20명이 동행했다. 언론에 현장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노르웨이 일간 베르덴스강(VG)은 강 건너편과 상공 등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웹사이트에 올렸다.

8시간여 동안 진행된 검증에서 브레이비크는 차분히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VG가 촬영한 동영상에서 브레이비크는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경찰들에게 정황을 설명했다. 낯빛에 흔들림이나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몇몇 지점에서 그를 피해 달아나는 희생자들을 향해 총을 쏘는 모습을 재연했다. 강어귀에서 한 명 한 명을 명중시키는 장면을 재연할 때는 입가에 미소가 어리기도 했다.

팔 프레드릭 요르트 크라비 검사는 “브레이비크는 현장검증에 앞서 50시간 동안 심문을 받았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또 현장검증을 통해 희생자들이 어떻게 총에 맞고, 사망했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우토야섬에서 그가 감정적으로 전혀 안 흔들린 것 같지는 않았지만, 후회하는 기색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르웨이 일간 아프텐포스텐은 브레이비크가 우토야섬 학살을 저지르면서 그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를 소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브레이비크의 변호사 가이르 리페스타드는 “그가 총기난사 범행 도중 자수하기 위해 경찰에 10차례나 전화를 걸었지만 이 가운데 여덟 번은 불통이었다”고 밝혔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