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자금 ‘썰물’ 대비 통화 스와프 체결 급하다

입력 2011-08-15 21:34


향후 세계 경제를 위협할 최대 위험이 미국보다 유럽에 있다는 진단이 늘고 있다.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사안이지만 유럽의 재정위기는 현재진행형이며 책임질 주체가 불명확해 해결이 더욱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업계와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의 대량 이탈에 최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진짜 폭탄은 유럽에=유럽 주요국들의 국가부도 위험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지수는 이달 들어 급격하게 치솟았다. 신용등급 강등 루머에 휩싸였던 프랑스의 CDS 프리미엄은 11일 170bp(1bp=0.01%)를 기록, 지난달 말과 비교해 48bp나 급등했다. 독일 CDS 프리미엄도 지난달 21일 40bp에서 지난 10일 85bp로 2배 이상 높아졌다. CDS지수가 높을수록 부도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진짜 폭탄은 유럽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유럽계 자금이 이탈하면 국내 금융시장에는 큰 충격이 발생하게 된다. 국내 증권사와 금융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프랑스가 재정위기에 빠질 경우 국내에서 회수할 수 있는 돈은 227억 유로(약 35조원)에 달한다. 실제 최근 ‘셀 코리아’를 주도한 것이 유럽계 자금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점점 커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은 2조7417억원이다. 같은 기간 유출된 미국계 자금 9513억원보다 3배 가까이 되는 액수다. 채권시장에서도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 2조680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8289억원이 프랑스계 자금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유럽 재정위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연구원은 “미국은 정당 간 마찰에 대해 초당적 대처를 할 가능성이 높지만, 유럽 내 정치적 타협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16일 열리는 프랑스·독일 정상회담 결과를 주목해야겠지만, 먹구름이 짙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 등 국제 공조 구축해야=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등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화 스와프는 현재의 계약 환율에 따라 자국 화폐를 상대국 통화와 교환, 일정 기간 뒤 계약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2008년에는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협상해 미국 달러화를 공급받기로 한 뒤 출렁이던 외환시장이 안정됐었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유럽계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비중은 6월 말 기준 36%에 이르며 역외시장에서의 간접 차입금까지 고려하면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신민영 거시경제실장은 “과거 사례를 교훈 삼아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종 신용평가사인 한신정평가도 15일 보고서를 통해 “급격한 외화 유출과 환율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