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 보하이만 오염,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11-08-14 19:21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샤오윈로에 있는 현대자동차 빌딩은 주중 한국대사관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택시 기사들은 한국대사관 위치는 몰라도 현대차 빌딩은 어디 있는지 안다. 현대차라는 브랜드가 구축한 위상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25층짜리 현대차 빌딩에는 다른 기업들도 다수 입주해 있다. 보하이(渤海)만 원유 유출로 시끄러운 ‘코노코필립스중국’(중국 사람들은 ‘캉페이궁쓰(康菲公司)’라고 부른다)도 이곳에 자리 잡았다. 코노코필립스는 30개 이상 국가에 진출해 있는 미국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
코노코필립스중국(이하 코노코)은 국영기업인 중국해양석유(CNOOC)와 공동으로 펑라이 유전 개발에 투자했다. 문제의 펑라이(蓬萊) 19-3 유전 운영은 코노코 측이 맡고 있다. 이 회사는 현대차 빌딩 3, 11, 12층을 쓴다. 주말인 13일 이 회사 11층 사무실에는 일부 직원들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가 갑자기 취소했던 하루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분했다. 언론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아예 회사에 나오지도 않았다.
코노코 측 입장을 듣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이렇다. 지난 6월 4일 펑라이 19-3 유전 B 시추대 해저에서 처음으로 원유 유출이 시작된 이래 코노코 측은 지금까지 수차례 거짓말을 했다. 지난달 6일에는 원유 유출 지점을 모두 막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원래 유출 지점에서 기름이 계속 새는 것은 물론 이번에 추가로 두 곳에서 더 원유가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내용은 국가해양국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한 관영언론 보도에 의해 알려졌다. 그동안 국가해양국과 코노코 측 발표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오염 해역은 지금도 확산되고 있는데 사고 원인이나 진상은 아직도 오리무중인 것이다. 코노코 측은 지난 12일에는 이번 사고로 인한 원유 유출량이 2500배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오염해역이 4000㎢가 넘는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한 게 지난달 중순인데 과연 이대로 믿어도 될까. 보하이만 원유 유출은 서해안 해양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다룰 일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