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는 뒷걸음질치는데, 엔화는 왜 강세일까
입력 2011-08-14 18:51
일본의 경제는 세계경제 속에서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반면 엔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여전히 훌륭한 안전자산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한국은행이 최근 ‘해외경제포커스’ 책자를 통해 밝혔다.
일본 경제의 현재 모습을 보면 엔화강세를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다. 화폐가치가 오른다는 것은 그 나라의 기초경제가 튼튼하다는 것인데 일본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최근까지 20여년 동안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1년 10%에서 2010년 5.8%로 절반가량 축소되는 등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도 91년 67.5%에서 2010년 220.3%를 기록,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동일본 대지진 복구비용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엔·달러 환율은 하락 기조가 바뀌지 않은 채 최근 76엔대로 급락(엔화가치 상승)하기도 했다.
일본 경제의 장기 부진에도 엔화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는 데 대해 한은은 “엔화는 시장·유동성·신용리스크 측정 지표로 평가해 볼 때 전반적으로 리스크가 작아 안전자산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가 국가부채에 대해 강한 내성을 갖고 있는 점도 지목됐다. 일본기업의 높은 경쟁력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대외채권 및 외환보유액이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순대외채권 규모는 3조1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다. 또 일본의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내 투자 편향이 강해 대외 충격이 일어나도 정부 및 기업의 자금조달 애로가 작다.
경제 활력이 저하되고 있지만 경제 규모가 여전히 세계 4위 수준으로 크고 건전한 국가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점도 엔화가 튼튼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그러나 “저성장이 지속되고 재정건전성의 추가 악화, 국내 국채매입 여력 축소 등이 나타나면 엔화의 위상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