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령화 대책 失機하면 나라가 불행해져

입력 2011-08-14 17:46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이 90세 이상 사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6개 시·도에 거주하는 30∼69세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3.3%가 ‘90세 이상 시대’를 축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이들은 ‘노년기가 너무 길어진다’(38.3%), ‘빈곤·질병·소외·고독감 등 노인문제’(30.6%), ‘자식에게 부담이 된다’(24.1%)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수탈이 심했던 일제 강점기와 국토가 잿더미로 변한 6·25전쟁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먹을거리가 변변치 않고, 의료기술과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장수를 갈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조사결과다. 당시만 해도 부모 환갑잔치는 자녀의 의무사항이었지만 요즘에는 고희연도 조용하게 치를 만큼 세태가 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과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18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인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취업률·저축률·생산성·세수 등이 감소해 잠재성장률은 떨어지고 재정 부담은 커진다.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취업자의 은퇴연령 연장, 은퇴자의 재취업 확대, 여성 근로자의 육아·가사 지원, 맞춤형 노인 복지 등을 통해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고,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로 분산된 고령자정책기구의 일원화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나라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는 것을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지 말고 서둘러 다각적 대책을 추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