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픈데 병원선 “이상없다”… ‘신체형 장애’ 아시나요?

입력 2011-08-14 17:36


두통, 흉통, 복통 등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아도 의사로부터 뚜렷한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흔히 있다. 분명히 몸이 아픈데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만 한다. 실망한 환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닥터 쇼핑’을 한다. 결국 환자는 의사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중복되는 고가의 검사로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그동안 국내에서 속칭 ‘심신증’으로 불려온 신체형 장애 환자들의 모습이다. 원인불명(?) ‘신체형 장애’의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모색하는 국제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신체형 장애는 신체적으로 이상 증상은 있지만 어떤 검사를 해도 몸의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현상을 가리킨다.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고경봉(사진) 교수는 14일 ‘정신신체의학의 새로운 비전: 과학과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로 최근 정신과학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질환 중 하나인 신체형 장애를 집중 조명하는 제21회 세계정신신체의학회 정기총회 및 국제 학술대회를 25∼28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이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 교수는 “신체형 장애 환자들은 아주 심각한 신체 증상을 겪고 있지만 의학적, 생물학적, 생리학적으로 어떤 설명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정의했다.

연구 결과 내과계 입원 환자들의 71%가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 악화되는 정신신체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4분의 1은 신체형 장애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나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있는데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

문제는 이를 정확히 선별할 수 있는 진단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의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는 사실. 고 교수는 “뚜렷한 신체적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어떤 의사는 우울장애, 또 다른 의사는 불안장애나 건강염려증의 한 형태로 오진해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정신신체의학회 학술대회는 한국과 미국 일본 등 38개국 600여명의 의사가 참가해 이런 혼란을 정리, 신체형 장애에 대한 올바른 진단기준을 재정립하는 자리다. 고 교수는 “학술대회를 계기로 신체형 장애의 여러 가지 쟁점들을 명확히 하고, ‘신경성’ 고통을 유발하는 정신신체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