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유럽자금이 채권 샀다더니…아시아가 ‘Buy Korea’

입력 2011-08-12 22:37


주가 대폭락이 시작된 이달 이후 유럽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 채권시장에서도 대량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몰리고 있는 채권시장의 경우 미국 자금도 상당량 유입됐지만 주로 아시아계 자금이 유럽계가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채권과 주식 투자자의 성향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을 매도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국채 등을 사고 있다는 정부의 분석은 설득력이 낮아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총 5조813억원(7월 말 체결, 8월 이후 결제된 금액 포함)을 순매도했다. 이 중 유럽계 자금이 절반에 가까운 2조7565억원이며 이 가운데 영국 한나라에서만 5300억원가량을 팔았다.

채권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외국인이 1조9131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되지만 이 기간 만기 도래로 상환된 금액을 빼면 8569억원이 들어온 셈이다. 그런데 이 중 유럽계 자금이 7321억원 빠져나갔다. 만기 상환이 많았던 2일 통계를 빼고 3∼11일만 집계해도 4333억원에 이른다.

이 간격을 메운 것은 아시아계 자금이다. 홍콩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이 주로 포함된 ‘기타’ 자금과 일본 중국 태국의 국가별 자금을 합치면 8월 들어 만기 상환액을 제외하고 순투자된 금액은 3767억원이다.

이러한 통계로 미뤄 “주식시장에서 빠진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자국으로 회수하지 않고 채권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분석은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채권담당 연구원 “본래 주식과 채권 투자자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주식은 미국과 유럽계 헤지펀드 등 단기 세력이 많고 채권은 중장기 투자를 원하는 중앙은행 쪽 투자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국내 채권 투자자는 아시아 중앙은행 계열이 많다면서 “기존에 미국과 유럽 국채 위주였던 투자를 다변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정임보 연구원은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국채에 비중 있게 투자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같은 아시아계 내에서 한국 채권이 매력을 끌고 있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신뢰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머징마켓 내에서 한국 채권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원화가치도 저평가돼 있어 향후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증권 박태근 연구위원은 “최근 투자자들은 장기물을 선호하고 있어 채권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분석이다. 주식을 판 외국인들이 언제든 다시 들어오기 위해 대기 중이라는 근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채권 시장에 외국 자금이 일시에 몰리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권혁세 금감원장과 간담회를 가진 외국계 금융기관 대표들은 “단기간에 외국계 자금이 채권에 몰리는 데 대해 금융당국이 면밀히 모니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이 자금이 한꺼번에 빠질 때 한국의 금융 안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차원의 조언이었다”고 설명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