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吳 시장 대선불출마 선언이 뜻하는 것
입력 2011-08-12 18:11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계없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오 시장 본인이 제기한 주민투표가 결코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정략적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밀어붙이는 것을 놓고 최근까지도 ‘복지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의 대표주자로 인정받아 2012년 대선 경쟁에서 여당 후보로 우뚝 서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그치지 않았다.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의사 표명은 바로 이런 시각이 오해라고 반박하는 동시에 이번 주민투표가 결코 개인의 권력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서울시민들에게 주민투표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독려하는 측면이 있다. 이번 주민투표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는 오 시장의 발언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으나 우리 정치권은 표(票)퓰리즘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국가재정 상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유권자들에게 달콤한 ‘공짜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폐해는 이웃나라인 일본의 집권당이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데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오는 24일 서울시민들이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점이 주목되는 이유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질 경우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할 것인지에 대해선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열흘 남짓 남은 투표일까지 시장직과 연계하는 부분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서울의 시의회와 구청장 선거에서 야당에 몰표를 주었지만 시장은 여당 후보인 자신을 택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하면 오 시장의 시장직 수행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될 것이 자명하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 이전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천명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