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주가 널뛰는데… 환율은 비교적 안정세
입력 2011-08-11 00:40
코스피지수 급락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인 모습이다. 1100원선까지 위협할 것으로 전망되던 원·달러 환율은 10일 10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확연한 차이다.
과거 1997∼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외환시장 문제가 심각했다. 당시에는 증시 급락을 틈타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꿔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들 때문에 환율이 급등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크게 하락한 증시 폭만큼 환율이 오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급락이 진행된 2∼10일 코스피지수가 17.4% 하락한 반면 달러당 원화 가치는 2.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위험자산인 주식을 줄이고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향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들어오면서 환율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9일까지 외국인들은 주식 현물시장에서 약 2조2000억원어치를 팔았지만 선물시장에서는 약 1조5000억원, 채권시장에서는 약 3000억원을 순매수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자금시장 경색에 대비해 금융기관들이 안전자산을 미리 확보해둔 것도 이번 외환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원인이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각 은행의 장기차입 차환율은 190%에 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외화유동성 측면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환전 수요가 크지 않은 이유로 대체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는 점 역시 외환시장의 충격을 줄였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경기는 나쁘고, 유럽도 재정위기에 놓여 있어 아시아밖에 갈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외국인이 일단 주식을 팔았지만 한국에서 다시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