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버냉키 ‘금리 약효’ 하루만에 사라지나?
입력 2011-08-11 00:53
‘2년간 제로금리 유지’라는 미국의 금융위기 처방이 잠깐 약효를 발휘하다 힘을 잃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미 뉴욕 증시는 전날 폭등에 대한 경계심리 등으로 급락세로 출발했다. 오전 11시 현재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4% 가깝게 하락했다. 유럽 주요 증시도 고전하는 모양새여서 장중 최고 5%까지 급락했다.
전날인 9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최소한 2013년 중반까지 초저금리(0∼0.25%)를 유지하겠다는 카드를 내놓자 세계 증시는 잠잠해졌다.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에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가가 반등했다.
뉴욕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9일 429.92포인트 오르며 2009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시기를 못 박은 점과 신중함을 잃지 않는 벤 버냉키 의장에 대해 시장은 신뢰감을 보냈다. 또 우려를 키우는 특단의 조치를 뺀 ‘절제’에 솔직한 판단이 가미된 ‘권위’의 승리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진정 분위기는 하루 이상 가지 않았다. 이튿날인 10일 주식시장이 열리자 유럽과 미국의 증시가 동반 폭락세를 보였다. 2년간 제로금리 유지 정책으로는 현 금융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힘들다는 데 시장이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시한폭탄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현재보다 두 단계나 아래인 BBB로 강등하고 ‘부정적’ 전망을 내렸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확산 국면에 있음을 뜻한다. 키프로스도 그리스, 이탈리아 등과 마찬가지로 재정적자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신용등급 강등에 가려져 있던 미국 경제지표의 부진이 드러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12월 인도분은 장중에 온스당 1800달러에 육박했다. 스위스 프랑은 4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연방정부와 관계있는 1만1500여개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는데도 미국 국채 가격이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국제유가는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