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음악 외길 부름받아 부흥 불지펴… 故 이유선 장로 탄생 100주년 ‘찬송가 기념비’ 제막

입력 2011-07-31 19:56


“부름받아 나선 이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주만 따라 가오리니….”

1970∼80년대 한국교회의 성장기에 ‘부흥회 주제곡’으로 불릴 만큼 수많은 성도들의 사랑을 받아온 찬송가 323장(통일 355장) ‘부름받아 나선 이몸’이 서울 반포동 남산교회 앞뜰에 찬송가 비(碑)로 새겨졌다.

이 찬송가는 음악가 고 이유선(1911∼2005) 장로가 1967년 작곡했다. 이 장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지난 30일, 그를 추모하는 찬송가 기념비 제막식이 교계 인사와 유족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산교회에서 거행됐다.

감리교 이익모 목사의 3남으로 태어나 평생을 교회 음악에 몸바친 그는 우리나라 음악의 선각자로도 불린다. ‘이전에 주님을 내가 몰라’ 등 찬송 40곡을 비롯해 성가 300여곡, 가곡 30곡, 동요 17곡을 만든 그는 연희전문 상과, 미국 시카고 아메리칸 음대 및 대학원 성악과를 졸업했다. 총신대 교회음악과를 창설하는 산파 역할을 했다.

‘부름받아∼’ 가사는 이호운(1911∼1969) 목사가 1951년 미국에서 신학 공부를 하다 만들었다. 주의 종으로 불타는 사명감과 희생적 삶을 충성스럽게 고백하는 내용이다. 1967년 발행된 개편찬송가에 처음 수록된 이 곡은 신학생들에게 많이 불리며 신학교 교가나 졸업가로 사용됐다. 처음엔 박재훈 목사의 곡으로 되어 있었으나 이 장로가 찬송가공회의 위촉을 받아 현재의 곡으로 새로 작곡했다.

이날 남산교회 성가대는 미니 콘서트 형식의 추모 공연을 펼쳤다. ‘부름받아 나선 이몸’이 울려퍼질 때는 모두 기립, 찬송을 따라 부르며 십자가 군병으로 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를 기리는 120㎝의 찬송가 비에는 ‘부름받아∼’의 악보와 개인 약력이 새겨졌다.

스승인 이 장로에게 화성학을 사사받아 100여곡의 찬송가를 작곡한 구두회 장로는 “한국교회 불후의 명곡인 ‘부름받아∼’는교회부흥에 크게 기였했다”며 “한국교회의 고귀한 문화유산으로 오래 보전하기 위해 찬송가 기념비를 세웠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장로는 17세 때부터 63년간 성가대를 지휘했다. KBS FM과 기독교방송, 주요 신문과 잡지의 음악 해설자 및 평론가로 줄곧 일했고 한국교회음악협회장, 한국음악협회 초대 회장, 한국성악회장을 지냈다. 1990년 도미, 남가주 한인원로 음악인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정부는 그에게 1983년 대한민국 국민문화훈장을 추서했다.

큰딸 이덕희(70·미국 하와이 거주)씨는 유족 인사를 통해 “열정적으로 찬송가를 작곡하시고 성가대를 지휘하시던 아버지의 생전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찬송가비 건립에 힘써 주신 한국교회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강병훈 남산교회 원로목사는 “이 장로는 우리나라 교회음악은 물론 음악계를 이끌어 오신 신실한 신앙인이셨다”고 회고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