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대책, 수준을 높여라-(2) 숲 속의 시한폭탄] 산사태 재앙키운 ‘펜션 난개발’

입력 2011-07-31 20:32


31일 경기도 가평군의 한 야산.

올봄부터 펜션을 짓기 위해 산허리를 잘라낸 이곳은 최근 잇단 산사태와 절개지 붕괴사고로 공사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그동안 산비탈 암벽을 깨고 파낸 돌과 흙은 20여m 높이의 절벽을 이루고 있었다. 안전 규정에 따르면 장마기간에는 호우로 인한 비탈면 붕괴를 막기 위해 방수천으로 공사 현장을 모두 덮어야 하지만 비탈면의 절반 이상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이 때문에 산 위에서 흘러내린 빗물은 이 절벽 틈새로 콸콸 쏟아져 나왔고, 비탈면은 금세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공사장과 연결된 도로는 토사로 완전히 뒤덮여 도로와 땅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이 도로는 공사장에서 아래쪽으로 50여m 떨어진 10여채의 펜션 단지로 이어져 있어 자칫 붕괴사고가 날 경우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채광과 좋은 조망 환경을 얻기 위해 경사지나 계곡 주변 등 위험지역을 깎아 무분별하게 펜션을 지으면서 재난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소방방재청, 산림청 등에 따르면 국내 연평균 산사태 발생면적이 1980년대 231ha에서 1990년대 349ha, 2000년 이후 713ha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산림청은 산사태 위험이 높은 지역이 전체 산림의 5.4%인 29만3600ha로 집계했다. 무분별한 개발로 산사태 위험지역이 늘어난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초부터 긴 장마로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화되자 여기저기서 붕괴사고가 잇따르면서 인명피해도 커지고 있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산사태와 급경사지 붕괴로 모두 245명이 사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839명)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특히 올해는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실종자 69명 중 45명이 산사태와 급경사지 붕괴로 사망했다.

경기도 내에서는 올 들어 남양주 18건, 포천 10건, 연천 13건 등 모두 82건의 산사태가 발생해 18㏊가 무너졌고,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 이재응 교수는 “우리나라 지형은 경사가 급하고 풍화암와 마사토 지대가 많아 집중호우 때 산사태가 발생하기 쉽다”며 “최근 난개발로 산사태와 절개지 붕괴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재 대책은 허술한 실정이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산사태로 15명이 목숨을 잃은 우면산 지역을 위험도가 높은 C등급으로 분류하고도 보강공사 등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절개지의 위험도를 A, B, C, D등급 등으로 나누며 C등급은 매우 위험한 지역을 의미한다.

전국의 절개지·급경사지 100만곳 중 1만7452곳이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에 의해 등록 관리된다. 이 중 시설물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관리되는 곳은 455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문적인 진단 없이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찾아 눈으로 한두 차례 살펴보고 결정해 부실한 관리를 낳고 있다.

산사태 위험지역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거지 인근 산사태 위험지역은 소방방재청이, 도로변 산사태 위험지역은 국토해양부가 각각 나눠 관리하면서 실태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대부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종합=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