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빠진 인하대생 발명캠프 춘천 상천초교… “우리 잘못인가요” 고사리들의 눈물

입력 2011-07-29 19:17


“형·누나들이 참변을 당해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파요.”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마적산에서 지난 27일 발생한 산사태로 희생된 대학생 형·누나들 소식을 들은 상천초교 학생들은 아직도 사고가 믿기지 않는다.

6학년인 이모군과 임모군은 “사고 전날 형·누나들이랑 수업을 마치고 축구도 했다”며 “27일 아침 학교에서 발명캠프에 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고, 형·누나들이 숨졌다는 걸 TV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같은 조에서 과학을 가르쳐 준 형·누나들을 걱정했다. 먼 곳에서 우리를 위해 왔는데 나쁜 일이 생겨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불쌍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인하대 과학동아리 ‘아이디어뱅크’ 회원 35명은 26∼28일 일정으로 상천초교 여름방학 발명캠프 봉사활동을 왔다가 산사태로 10명이 숨졌다.

대학생들은 첫날인 26일 상천초교에서 여름방학 발명캠프 개강식을 갖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40분까지 손가락 화석 만들기, 여의주 탱탱 볼 만들기, 만화경 만들기를 했다. 특히 ‘가장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요’라는 주제로 조를 편성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과학 꿈나무를 기대하며 아이들을 일대일로 세심하게 가르쳤다.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과 함께 학교운동장에서 축구도 했다. 이번 발명캠프에는 상천초교 학생 26명과 인근 4개 초교에서도 14명이 참가했다.

상천초교 교사와 학생들은 사흘이 지난 현재도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름방학 발명캠프가 열렸던 교실은 실험기구들만이 가지런히 정리된 채 텅 비어 있었다.

이번 여름방학 발명캠프를 총괄한 이홍규 상천초교 연구부장은 “27일 새벽에 사고 소식을 들었다”며 “한 여자아이는 왜 캠프를 더 이상 할 수 없는지를 되물어 왔다”고 말해 아이들이 이번 캠프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귀띔했다.

민간단체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는 춘천 산사태 사고와 관련, 숨진 인하대생 10명에 대한 봉사정신과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자원봉사기본법 및 행정안전부 상훈법에 따라 정부포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하대생 사망자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상천초교에서 노제를 지낸 뒤 인천으로 가 인하대병원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인하대 사고대책본부는 29일과 30일 장례를 치르는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희생자 8명의 합동영결식을 31일 또는 다음 달 2일 중에 진행할 예정이다. 유가족과 춘천시는 상천초교에 추모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춘천=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