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 아찔! 우면산 산사태, 어린이집 비켜가
입력 2011-07-29 18:48
“수천t의 나무와 흙무더기가 순식간에 어린이집을 스쳐갔어요.”
서울 방배동 서초어린이집 교사 김모(32·여)씨가 29일 전한 우면산 산사태 목격담이다. 김씨는 “사람들이 많이 죽고 재산피해가 크지만 어린이집은 행운이 따랐다”며 “산사태가 났던 27일 오전 8시20분쯤에는 어린이 2명이 놀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어린이집에서 3∼4m 떨어진 건물 2층에는 흰색 승용차가 처박혀 있었고, 바로 앞 소방도로에는 뿌리째 뽑힌 전신주와 전선, 흙더미가 어지럽게 흩어져 산사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집 건물은 무사했다. 어린이집은 1명의 사망자를 낸 불교방송과 붙어 있는 4층짜리 건물에 입주해 있으며, 평소 교사 20명과 어린이 200여명이 생활한다.
대형 참사를 빗겨간 현장은 또 있다. 어린이집과 신동아럭스빌아파트 사이에 지상 2층, 지하 1층 건물은 산에서 쏟아진 나무와 흙더미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뼈대만 남았다. 이 건물은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소속된 유명 연예기획사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사옥으로 10, 20대 연예인 지망생 20여명과 직원 70여명이 북적였던 곳이다. 다행히 지난달 임대 기간이 끝나 서울 삼성동으로 이사해 빈 건물로 남았다. 빈 건물은 산사태 당시 방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건물 뒤쪽에 있던 후기성도교회와 방배로얄빌라는 큰 피해를 면했다.
신동아럭스빌아파트 2가구, 임광아파트 8가구, 래미안아트힐아파트 10여 가구도 산사태의 위력을 그대로 받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입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망자가 5명이나 발생했지만 입주민 상당수가 일터로 나갔거나 집안에서 비교적 안전한 장소에 머물고 있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거실과 안방이 부서진 신동아럭스빌아파트 205호 입주민 조모(65)씨는 “안방에서 자고 있었거나 거실에 있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 부부는 나무와 흙더미가 거실과 안방으로 들이닥쳤을 때 주방에서 나무와 흙더미가 코앞까지 밀려드는 것을 목격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