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人災”… 물 만난 민주, 주민투표 총공세

입력 2011-07-29 19:21

서울에 떨어진 물폭탄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해가 천재(天災)가 아니라 오 시장의 전시 행정 집착이 낳은 인재(人災)라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당 안팎으로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수해를 ‘오세훈 인재’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물난리는 오 시장이 대권욕심에 빠져서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디자인서울’ ‘한강르네상스’ 같은 전시행정에 몰두한 결과”라며 “서울디자인 거리 30곳 중 26곳이 물이 스며들지 않는 화강판석을 사용해 재난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강희용 서울시의회 민주당 주민투표대책위원장은 “주민투표 에 쓸 예산 180억원이 있으면 수해복구에나 쓰라”고 일침을 가했다. 오 시장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퍼질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주민투표 발의를 철회하라”며 오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그가 잠시마나 주민투표 발의를 연기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비가 오 시장에게 하늘이 주는 후퇴의 명분이고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철회를) 결단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수해와 무상급식은 별개라며 선을 그어놓고 민주당의 공격을 적극 방어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민주당이 특별회계와 기금 운용도 파악하지 않고 서울시의 올해 수방대책예산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것만 봐도 재난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중앙당 차원의 주민투표 지원에 반대했던 남경필 최고위원도 트위터에 “민주당이 비극적 사태를 주민투표에 연결지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하고 있는데 과연 제정신인가”라며 “‘이 때다’ 하고 오 시장 비판만 하지 말고 같이 팔 걷고 주민들께 달려 나가자”고 적었다.

하지만 당내에는 오 시장에 대한 민심이 별로 좋지 않다며 곤혹스러워하는 기색도 있다. 수해 복구현장 자원봉사를 다녀온 한 의원은 “현장에 가 보니 무상급식 이야기를 감히 꺼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난감해했다.

그동안 탄탄한 지지기반이었던 강남·서초 지역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는 대형악재로 번질까 우려하는 기류도 보인다. 서울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의 전쟁’에 중앙당이 적극 나서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거나 “차라리 이 기회에 주민투표를 철회하는 게 낫지 않냐”는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주당의 공격에 대해 “지금은 수해 복구에 전념할 때”라며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맞받아쳤다. 또 “한 차례 투표 발의를 연기하긴 했지만 1주일 기한 내에 주민투표를 발의하고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호경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