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증액 ‘운명의 주말 협상’

입력 2011-07-29 18:28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협상이 ‘산 넘어 산’이다.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정치권 싸움에 미국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민주, 공화 양당 간 이견 대립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디폴트 시한이 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 정치권 협상은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강경파까지…설상가상=미 공화당의 부채 협상안인 ‘2단계 증액안’에 대한 표결이 28일(현지시간) 돌연 연기됐다. 당초 이날 오후 6시 전체 의원회의를 열고 하원 표결을 강행할 예정이었지만 가결에 필요한 찬성 216표가 확보되지 않아서였다.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내놓은 ‘2단계 증액안’은 향후 10년간 정부 지출을 9150억 달러 감축하는 조건으로 일단 올해 말까지 채무 상한선을 9000억 달러 늘린 뒤 내년 초 협상을 통해 채무 상한선을 추가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갑작스런 표결 연기를 두고 공화당 지도부가 법안의 하원 통과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앞서 공화당 내 보수 강경파들도 2단계 증액안을 반대했었다. 여기에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백악관 측은 여전히 하원에서 가결된다 하더라도 상원 전체회의에서 즉각 부결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부채 협상은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국가적 재앙을 막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극적 타결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전 세계 위험에 빠뜨려”=이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세계 금융시장이 연일 출렁대는 모습을 보이자 여기저기서 비판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최고경영자(CEO) 14명은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 의회에 보냈다. 이들은 “협상 실패 시 충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동안 미국의 디폴트 협상을 관망했던 중국도 발끈하고 나섰다. 관영언론사인 신화통신은 이날 “미국 지도자들이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책임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신용평가사 다궁(大公)도 미국의 신용등급을 다음 주 초 추가 강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융시장에선 달러 약세가 강화됐다. 2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장중 한때 77.48엔을 기록, 일본 대지진 발생 뒤인 지난 3월 17일 76.25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