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C제일은행 노조, 유스호스텔서 나와라

입력 2011-07-29 17:36

SC제일은행 노조가 한미은행 파업 기록(18일)을 깨고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은행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성과급제 도입, 상시 명예퇴직제도 폐지, 후선발령제도 확대 방안 등에 반대하며 지난달 2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전체 임직원 6500여명 가운데 41.5%인 2700여명이 강원도 속초 유스호스텔 등에 모여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은행 노조의 장기 파업은 명분이 약하다. 사측이 밀어붙이려던 성과급제 도입 문제를 별도의 태스크포스에서 논의하기로 양보한 만큼 노조도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측에 굴복을 강요하면서 장외 투쟁을 강행해서는 상황이 악화될 뿐이다.

상시 명예퇴직제도 폐지 문제는 노조가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이 제도는 외환위기 당시 금융권에 도입됐지만 현재는 SC제일은행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해마다 자발적 퇴직자에게도 퇴직금 이외에 최대 24개월치 월급을 줘야 하는 상시 명예퇴직제도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 일부에서 고액 연봉자들의 ‘귀족 파업’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업무 성과가 부진한 임직원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4년 연속 최하 등급인 5등급을 받으면 연봉도 삭감하는 후선발령제도에 대해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절충점을 찾아야 할 때다. 시중은행이 대부분 차장급 이상 간부를 상대로 실시하는 후선발령제도를 모든 임직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사측이 고집하면 해결점을 찾기 힘들다. 사측은 연봉 삭감 대상이 전체 임직원 가운데 10명가량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제도의 남용을 우려하는 노조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한때 수신이 1조원 가까이 줄었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SC제일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는 등 노조 파업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 은행 노사는 230여일간의 파업 여파로 경쟁력이 떨어진 알리안츠생명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노사가 치킨게임을 불사하면 양쪽 모두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