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한인섭 교수 “北 형법, 인민 안전보다 ‘국가재산 보호’ 더 중시”

입력 2011-07-28 18:48

북한 내에서 자본주의성 경제 범죄가 빈발하면서 북한 당국이 국가 존립보다 ‘국가재산의 보호’에 더 중점을 두고, 형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북한법연구회가 28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국민대 북한법제연구센터, 한국법학교수회 산하 북한법연구특별위원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월례 세미나에서다.

대표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한인섭 교수는 국민일보가 지난달 단독 입수해 보도한 북한 인민보안성의 ‘법투쟁부문 일군들을 위한 참고서’(이하 참고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교수는 발제문에서 “북한의 형법을 한국의 형법각론과 비교했을 때 개인적 법익의 침해죄에 해당하는 ‘공민의 생명재산 침해죄’의 비중이 매우 낮았다”면서 “가장 압도적인 내용은 사회주의 경제를 침해한 죄로, 실제 적용 면에 있어 형법의 기능은 국가재산의 보호에 그 중점이 놓여 있는 것으로 생각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자료에는 북한 가정에서 달러를 보유하고, 북한 돈과 달러를 환전해 거래하는 사례들이 대거 등장한다.

아울러 한 교수는 “법을 규범적으로 이해하고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려는 경향 등을 통해 북한 법치주의의 진전을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자료에 소개된 식량난, 기아에서 비롯된 인육 판매 등의 사례는 북한의 법 현실이 너무나 비극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민보안성 자료에는 동료를 살해한 뒤 이를 식용으로 삶아먹고 시장에 내다 팔았다는 등 인육 사례가 4건이나 실려 있다.

한 교수는 “그동안 북한의 형사법에 대해서는 법조문과 낡은 형법교재 등만 입수돼 피상적인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 참고서는 ‘실재한 사건, 있을 수 있는 정황’에 기초해 해답을 주는 방법으로 쓰여져 북한법 현실에 대한 실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