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반토막 난 ‘당·정·청 대구회의’
입력 2011-07-28 18:49
중부지역에 쏟아진 ‘물폭탄’이 영남권 민심을 다독이려던 여권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정·청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했다.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대구·경북 의원 25명,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부 측 인사 10명,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 등이 참석한 ‘매머드급’ 규모였다. 그러나 중부지역을 강타한 수해에 오전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추락사고까지 겹쳐 일정이 대폭 축소되면서 참석자들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상경해야만 했다.
당초 예정됐던 당·정·청 협의회 오찬도 취소됐다. 홍 대표 등 일부 참석자는 상경시간을 1시간 앞당겨 올라탄 서울행 KTX 열차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육상대회에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 기획했던 대구스타디움에서의 계주경기 이벤트와 입장권 구매 시연도 모두 취소됐다. 전날 대구에 지역구를 둔 유승민 최고위원과 김정권 사무총장 등은 국가적 재난 상황인 만큼 일정을 미루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회를 30일 앞두고 회의를 연다는 상징성과 추후 일정 조율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회의에서 당·정·청은 폭우 대책을 논의했고,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아시아나 화물기 추락사고 수습 현황을 보고했다.
이어 육상대회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개최 기간이 겹치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을 대회와 연계시켜 최대한 관중을 불러 모으기로 했다. 또 당·정·청은 수도권을 배려해 대회기간 KTX 경부선 요금을 인하하고, 배차시간을 조정하는 한편 정부의 각종 세미나 및 연수회를 대구에서 추진키로 합의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은 전국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원 및 주변 친지를 대회에 초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북한 당국은 한반도 평화와 평화 공존을 위해 (대회에 참가하는) 결단을 내려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를 두고 당 안팎에선 전시성 행보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당직자는 “재난 상황에서 대구까지 가서 알맹이도 없는 저런 대규모 회의를 했어야 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대구=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