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전화기·감자튀김… 이 모든 걸 인간이 아닌, 양이 발명했다네요

입력 2011-07-28 20:01


양들이 매하고 우는 이유/글 폴린 팽송/그림 마갈리 르 위슈

130마리의 양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리암의 목장. 저런, 양 한 마리가 ‘찌리릿’ 감전되고 말았습니다. 북실북실 곱슬곱슬 푹신푹신. 보드라운 양털이 고슴도치 가시처럼 사방으로 뻗쳤습니다. 전기 울타리를 친 리암네 목장에서 감전 사고는 드문 일이 아니랍니다. 머리 나쁜 양들만 울타리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자꾸 잊을 뿐이지요.

감전 사고만 빼면 어제와 같고 내일과도 같았을 평화로운 오후. 리암은 장롱 문을 열다가 깜짝 놀랍니다. “내가 다 설명해줄게.” 옷더미에 숨어 있던 양이 머리를 내밀며 입을 엽니다. 감전됐던 바로 그 양입니다.

그 밤, 리암의 식탁에 의젓하게 앉아 리암이 따라주는 사과주스를 마시며 56번째 양은 지구를 지배했던 위대한 양 종족과 그들의 잃어버린 역사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동차와 전화기 감자튀김을 발명한 것도, 달에 제일 먼저 착륙한 것도, 대도시 가득 매연 뿜는 자동차를 굴린 것도 인간이 아니라 양이 먼저라네요. 위대한 양의 문명은 어쩌다가 전기 울타리에 갇힌 신세가 됐을까요. 아니 그보다 56번째 양은 어쩌다 그 모든 기억을 되찾게 됐을까요.

은밀한 식탁 조명 아래 빨간 장화 신은 목동 리암과 위대한 양 문명을 기억해낸 56번째 양이 나눈 흥미진진한 대화는 둘을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답니다.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박정연 옮김.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