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종배] 공정사회에 전관예우는 없다
입력 2011-07-26 21:24
저축은행 사태와 맞물려 퇴직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로비활동과 사리(私利) 추구로 우리 사회는 한차례 홍역을 앓았다.
전관예우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이번만큼 높았던 적도 없던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를 한 단계 더 진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선진국 진입을 위해 전관예우는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악습이다.
지난 6월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공정사회추진회의를 열고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국회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무회의에서도 26일 공포안을 의결해 10월 본격 시행하게 됐다.
이번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종전 사전 취업제한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 일정 규모 이상의 로펌과 회계·세무법인이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소위 ‘경력세탁’ 방지를 위해 업무관련성 적용기간도 확대됐다. 또 선진국의 ‘행위제한제도’를 새로 도입해 본인이 직접 처리한 업무를 영구히 취급하지 못하게 했다. 재산공개자의 퇴직 후 업무제한 등도 명문화했다.
전관예우는 도덕적 해이의 그늘 속에서 자라난 오래된 염증이다. 반드시 도려내야 하며, 도려낸 부위에 새살이 돋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떳떳하게 예우 받는 전관(前官)’이 될 수 있도록 재직 중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해 민간기업 출신 이상의 경쟁력을 갖춘 전문가를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중소기업에 경영 컨설팅을 하거나 우수한 행정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 등 퇴직 공직자를 위한 ‘일거리’ 발굴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번 제도개선은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그 원인적 요소를 차단했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직자상(公職者像) 정립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수십년간 관(官)에 근무하였다는 이유로 또는 인맥이 두텁다는 이유로 높은 보수를 제의받고, 돈에 유혹되고, 또 그것을 당연시하는 공직자는 더 이상 공정사회에 걸맞지 않는다.
재직 중에 전문성과 경험을 경쟁력 있게 갖춘다면 전관예우를 받지 않더라도 쓰일 곳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현직에 있는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공직에 진입하고자 희망하는 예비 공직자들도 새로운 공직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이종배 행정안전부 제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