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빠진 기독청년들 왜? 균형잡힌 신앙으로 세상 바로 보기

입력 2011-07-26 21:03


가히 인문학 열풍이라고 할 만하다. 사회 각계각층에선 인문학으로 지혜를 얻으려는 강좌와 독서모임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교계도 마찬가지다. 흔히 신학과 상극이라고 여겨졌던 인문학이 균형 잡힌 신앙의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인문학으로 세상을 보려는 기독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독 청년, 인문학으로 세상보기=대학원생 이사람(30)씨는 ‘기독 청년 인문학 독서모임’에 나간다. 교회에선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믿는 사람들이 교회설교뿐 아니라 학문적 지식도 고루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독서모임에 참석한다고 했다. 그는 “독서모임이 교회의 시각을 넘어 신학이나 사회 문제를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알려줘 좋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문호(25)씨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기독 청년이 어떤 시각으로 교회사나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기독 청년들이 교회사나 철학에 대해 알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고 비판했는데 알고 보니 문제는 가르치지 않은 교회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23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하는 ‘기독청년 인문학 독서모임’이 열렸다. 주제는 ‘종교개혁 들어다보기’로 교회사 속에서 인문학과 기독교의 관계에 대해 듣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7명의 청년들은 1시간 동안 철학과 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강의를 들었다. 강의 직후 청년들은 “왜 교회는 여러 교단으로 나눠졌나요?” “왜 교회가 불의를 행하는 데 앞장서고 있죠?”란 질문을 했다. 또 교회의 사회참여가 정당한지, 비성경적인 요소를 어떻게 가려낼지 물었다. 교회에선 묻기도, 듣기도 어려운 질문이었다. 독서모임에서 강의를 맡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김유준 겸임교수는 “평소 교회사를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이 소위 스펙을 쌓는 데 열중해 역사나 시대인식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며 “점차 이런 자리가 활성화돼 많은 청년들이 교리와 말씀을 바로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리를 마련한 NCCK 선교훈련원 강선구 전도사는 “12월까지 매달 넷째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독서모임은 인문학을 배우는 것을 넘어 실천하는 데까지 목표를 둔다”며 모임의 성격을 설명했다. 그는 “향후 쪽방촌도 돌아보고 노숙인 쉼터에서 봉사활동도 하면서 기독교적 관점을 사회 문제에 직접 적용해 보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철학으로 신앙 바로 세우기=철학적 변증법으로 인간의 한계를 가르치는 인문학 강의도 있다. 기독청년아카데미의 ‘기독 청년과 통하는 철학입문’ 강의에서 조윤하 강도사는 방정식과 도형으로 철학이론을 설명한다. 철학은 수학적 사고와 일맥상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 강도사는 “우리는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사실을 알기에 한 각의 크기를 몰라도 머릿속으로 계산할 수 있다”며 경험하지 않고도 증명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이 이성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이성이 심각한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강도사는 “머릿속 계획은 완벽한데 인생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이성의 문제”라며 “그래서 이성적 사고의 극단은 신비주의로 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철학이론을 들어 개신교와 가톨릭을 설명하고 믿음과 믿지 못함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참석한 청년들은 강의 도중 열심히 메모했지만 복잡한 논리에 머리를 흔들기도 했다. 한 대학생은 “어렵지만 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다. 조 강도사는 “다빈치 코드나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를 읽고 신앙이 흔들리는 청년들이 많은데 이를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철학”이라며 “청년들에게 철학으로 신학을 변증하는 법을 가르쳐 건강한 신앙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