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그리스 ‘제한적 디폴트’ 선언… 美 백악관·의회 부채상한 이견 여전
입력 2011-07-24 18:57
재정위기로 술렁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돌파구를 마련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어두운 전망에 휩싸였다. 미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을 앞두고 채무 상한조정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의회와 백악관 간 이견 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그리스 구제안에 합의했지만 신용평가사들이 이를 ‘제한적 디폴트’ 상황으로 평가하자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22일(현지시간) 예고대로 그리스에 대해 일시적으로 ‘제한적 디폴트’를 선언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정상들이 지난 21일 그리스 2차 구제안에 포함한 ‘민간 채권단의 자발적 참여(채권교환, 차환(롤오버) 혹은 조기 환매(바이백)’에 대한 경고 메시지다.
로이터는 23일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민간 채권단이 보유한 그리스 채권을 새로 발행되는 장기 채권으로 교환하는 작업을 신속히 이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달 말과 다음 달 초 사이에 유로권 전반에서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유로권 시장도 불안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이번 구제안에 포함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사용 확대도 회원국 의회 승인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은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상황도 녹록지 않다. 다음 달 2일까지 14조3000억 달러의 채무한도를 증액하지 못하면 미국은 디폴트 위기를 맞는다. 이를 막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 의회 지도부는 25일까지 예산안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 내내 논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은 10년간 3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방안과 증세 문제를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은 세금 증액 없이 정부 지출 삭감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협상이 난항을 보임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은 월가의 대형 펀드매니저들과 잇따라 접촉해 유사시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