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폭탄·총기 테러] 경찰 1시간30분 늑장출동에 희생자 늘어
입력 2011-07-24 18:17
수도 오슬로와 인근 우토야섬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한 노르웨이의 표정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복지천국으로 불려온 노르웨이는 극우주의자의 광기어린 테러로 단 하루 만에 ‘지옥’으로 변했다.
노르웨이 왕실과 정부 지도자들이 나서서 국민과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사고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인 이번 사태의 상흔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패닉’에 빠진 노르웨이=테러 발생 이틀이 지났지만 차량 폭탄이 터진 오슬로 정부청사 주변은 깨진 유리창과 부서진 건물 잔해로 여전히 어지럽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경찰은 건물 내부 등을 수색하며 사상자가 더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청사 주변에는 핏자국도 흥건했다. 한 목격자는 “폭탄이 터진 뒤 잘린 사람의 팔 등이 건물 아래로 떨어져 나뒹굴고,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며 참혹한 현장을 전했다.
우토야섬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수풀 사이에는 피 웅덩이가 고인 곳도 있었다. 미처 수습되지 못한 시신들은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범인은 죽은 척 엎드리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다가가 다시 머리를 겨냥해 확인사살을 했다. 엎드린 채 머리에서 피를 쏟은 시신이 많은 까닭은 이래서였다. 물가로 도망가다 등에 총을 맞아 즉사한 아이도 많았다. 물가 근처 바위들에도 피해자들의 시신이 널려 있었다.
생존자들도 공황상태다. 아드리안 파르콘(21)은 “어깨에 총을 맞은 뒤 죽은 척 쓰러져 있었다. 나는 살았지만 범인은 다른 사람들을 모두 발로 차 죽었는지 확인했다”면서 “그는 ‘너희는 모두 죽어야 한다(You all must die)’라고 소리치면서 다녔다”고 울먹이며 전했다.
◇경찰 늑장 대처가 화 키워=우토야섬에서 85명이나 희생될 정도로 피해가 컸던 데는 경찰의 늑장 출동도 한몫 했다. 경찰은 총격이 시작된 지 무려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스베이능 스폰하임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헬리콥터를 구하지 못해 섬으로 건너갈 배를 찾다 보니 출동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고립된 섬, 경찰 한 명 없는 무법천지에서 범인은 섬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니며 젊은이 수백명에게 총격을 퍼부은 것이다. 범인은 경찰이 도착한 뒤 순순히 투항했다.
한편 테러 발생 직후 일각에서는 이슬람 관련 단체의 소행이라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스라엘도 “연쇄 테러는 노르웨이 내 소수 무슬림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테러를 저지른 게 무슬림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자 무슬림들이 초기 자신들을 지목했던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