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에 힘쓸 때
입력 2011-07-24 17:42
한반도에 때 아닌 훈풍이 불고 있다. 남북대화가 성사된 데 이어 조만간 북·미 접촉이 예정돼 있다. 6자회담 재개는 물론 경색된 남북관계도 풀려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화로의 물꼬는 지난 2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터졌다. 남과 북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2년7개월여 만에 전격적으로 공식 회동한 것이다. 두 사람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키로 합의했다고 밝힌 데서 드러나듯 분위기는 좋았다. 이어 ARF 본회의장에서 남북 외교장관 간 비공식 회동이 이뤄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오는 28일쯤 미국 뉴욕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북한에서 핵 협상을 총괄 중인 김 부상은 뉴욕에서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대화에 이어 북·미대화가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한반도 정세가 멀지 않은 시점에 교착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징후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탓이다. 정부는 두 사건을 6자회담과는 별개로 남북회담에서 풀어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회담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북한이 6자회담에는 속도를 내면서 남북회담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일 경우 자칫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문제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성과에 급급한 국제사회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이제 그만 덮자’며 우리 정부를 압박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치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2012년엔 우리나라와 중국 정권이 교체될 것이고,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판가름난다. 그만큼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북한 김정일은 남북 비밀 접촉을 폭로한 바 있다. 임기를 1년7개월여 남긴 이명박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유혹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욕을 부리다간 또 되치기 당하면서 화해 무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