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78) 외규장각 의궤 관람 포인트
입력 2011-07-24 17:32
145년 만에 귀환한 외규장각 의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월 18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에는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이 반환한 외규장각 도서 297권 중 71점을 비롯해 의궤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와 영상물 등 165점을 선보입니다.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인 외규장각 의궤를 더욱 깊이 만날 수 있는 관람 포인트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의궤란 무엇인가=조선시대 국가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준비과정과 의례절차 등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것으로 ‘의식 또는 의례의 궤범이 되는 책’이라는 뜻이랍니다. 왕실의 혼인, 왕세자와 왕비 책봉, 왕실 장례, 궁궐 건축, 무기 제조, 실록 편찬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의궤 중 가장 오래된 ‘풍정도감’ 등이 당시 각종 궁궐 행사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②어람용과 분상용=의궤는 임금이 보는 어람용(御覽用) 1부와 춘추관이나 지방의 사고(史庫) 등에서 보관하는 분상용(分上用) 4∼8부가 있답니다. ‘헌종경릉산릉도감’에서 보듯이 어람용은 고급 종이인 초주지를 사용했고 표지는 초록색 비단으로 장식한 반면 분상용은 삼베로 표지를 만들었습니다. 글씨와 그림도 어람용이 훨씬 선명하고 정교합니다. 그 차이를 직접 확인해 보시죠.
③18년 만에 짝을 만나다=1993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대여 형식으로 반환한 뒤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됐던 ‘휘경원원소도감’ 상권이 이번에 돌아온 하권과 나란히 전시장에 놓였습니다. 상·하권은 1822년 세상을 떠난 정조의 후궁이자 순조의 생모인 현목수빈 박씨의 묘소 휘경원 조성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18년간의 이별을 마감하고 짝을 찾았으니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요.
④남다른 숙종 시대 의궤=조선 제19대 왕인 숙종은 선왕인 현종과 첫째 왕비 사이에 태어난 장남으로 왕가의 혈통을 제대로 이은 임금이랍니다. 숙종 재위 시절 기록한 의궤가 특별히 많은 것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1682년에 제작한 ‘보사녹훈도감’은 1680년 역모사건을 막아낸 신하들에게 공신 칭호를 내린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한글 주석이 등장해 눈길을 끌지요.
⑤영상으로 재현된 왕실 혼례=첫째 부인 정성왕후의 삼년상을 마친 1759년, 66세의 영조가 15세인 정순왕후 김씨를 계비로 맞이합니다. 이때의 혼례를 기록한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이 영상으로 재현됐습니다. 영조가 정순왕후를 데리고 궁으로 들어가는 1.5㎞의 ‘친영반차도’ 행렬이 장대합니다. 이 행렬에는 379필의 말과 1299명의 인물이 등장한답니다.
외규장각은 1782년 정조가 강화도 행궁(行宮·임금이 임시로 머무는 곳)에 창덕궁 규장각의 부속시설로 설치했던 외부 자료실이죠. 하지만 1866년 강화도를 침략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을 파괴하고 도서 340여권과 지도, 갑옷 등을 약탈해갔답니다. 우여곡절 끝에 되돌아온 우리 문화재가 반갑지만 5년마다 계약을 경신하는 영구임대 방식이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문화생활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