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맨홀사고… 천호동 상가붕괴… 줄잇는 人災 안전불감증이 화근
입력 2011-07-22 22:53
공사 현장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켰으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여서 공사 현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오전 1시5분쯤 서울 남영동 레인보우호텔 인근 지하 3m 깊이의 상수도 맨홀 안에서 작업하던 고모(38)씨가 산소결핍으로 사망하고 이모(38) 최모(28)씨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길 가던 시민이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신고해 출동하니 3명 모두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확한 상수도관 위치를 기록하기 위해 맨홀로 들어갔다. 공사 현장에는 고씨 등과 지상에서 교통을 정리하던 우모(29)씨가 근무했다. 우씨는 경찰에서 “지하로 내려간 최씨가 2분 만에 쓰러지자 고씨 등이 최씨를 구조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안전 규정에 따라 산소통을 메고 들어가야 했지만 비용 때문에 무시했고, 작업 전 맨홀 뚜껑을 열어 2시간 정도 환기시켜야 하는데 1시간 정도만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진행 중인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베이스 전산화 사업을 맡은 H사 직원들로, 상수도 측량 작업을 담당했다. 최씨는 3개월 전부터 일당을 받는 아르바이트로 H사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산소결핍 때문에 질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 해당 업체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은 인재(人災)는 최근 계속되고 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4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달 29일 월계동 초안산 산사태와 관련해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시공사 대표 채모(59)씨 등 5명을 업무상 과실과 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20일 천호동에서는 상가가 붕괴해 인부 2명이 숨졌고 지난 2일 경기도 일산 이마트 탄현점 지하 1층 기계실에서는 대학생 등 4명이 터보 냉동기 점검 작업을 하다 질식해 숨졌다.
김형준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대형 건설사나 공공기관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소규모 업체가 비용과 시간에 쫓기다 보니 안전을 무시한 ‘싸게 싸게, 빨리빨리문화’가 정착됐다”면서 “특히 영세 업체가 공사를 맡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