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편의점 등 판매허용 첫날… 의약외품 판매대 ‘텅텅’
입력 2011-07-21 18:47
21일 오전 7시30분 출근하기 위해 서울 방배동 집을 나선 회사원 한정이(26·여)씨는 급하게 아침식사를 한 탓인지 속이 더부룩했다. 이날부터 편의점에서도 까스명수액을 살 수 있다는 뉴스를 봤던 한씨는 지하철역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다. 하지만 편의점 직원은 “까스명수액을 아직 팔지 않는다. 언제부터 팔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씨는 “오늘부터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판다고 해서 급한 대로 약을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정부 발표에 속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카스 까스명수 마데카솔 등 48개 일반의약품이 이날부터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약국이 아닌 슈퍼나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날 실제로 박카스를 파는 소매점은 거의 없었다.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업체와 판매를 담당하는 유통업체는 이를 시행할 준비가 안 돼 있었기 때문이다.
48개 의약외품을 취급하는 18개 제약사들은 생산 설비 부족과 유통망 미구축 등을 이유로 당장 슈퍼나 마트 등에 납품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실은 약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지난 19일 제약사 담당자 간담회를 가졌는데 우리가 까스명수액 등을 슈퍼에 당장 판매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자 거래 약국 약사들이 제품을 반품하겠다고 나서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제약업체가 납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마트나 편의점에는 아직 유통되지 않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늘부터 의약외품을 살 수 있는지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현재로서는 판매할 계획이 없다”며 “당장 팔 물량도 없지만 제조업체나 도매상과 공급 가격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언제부터 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편의점협회는 28일부터 일부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전국 5600여개 GS25 점포에서 28일부터 안티푸라민 등을 판매할 계획이지만 어느 편의점도 제약사로부터 물량을 구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발 빠르게 물량을 확보한 소매점도 있다. 서울 도곡동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이철수(56)씨는 “오늘부터 법적으로 판매가 가능하다고 해서 소화제, 자양강장제 등을 어렵게 구해 진열해 놓았다”며 “실제로 동네 마트에서 약을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주민들이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임세정 민태원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