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문지방 넘기] 쉼은 축복이다

입력 2011-07-21 17:46


예수님의 공생애는 분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무리가 몰려들어서 식사할 겨를도 없었습니다(막 3:20). 또 틈만 나면 한적한 곳으로 가 기도하시고(눅 5:16), 때로는 산에 올라 밤새워 기도하시고(눅 6:12),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기도하셨습니다(막 1:35). 그렇다면 예수님은 전혀 휴식을 취하지 않으셨나요? 물론 예수님도 틈틈이 쉬셨습니다. 언제 쉬셨나요? 배를 타고 가실 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여러 번 갈릴리 바다를 건너다녔습니다. 바로 이때가 예수님에게는 아주 소중한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배를 타고 가신 첫째 목적은 갈릴리 주변 마을을 두루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따로 비유를 설명하거나 좀 더 깊이 있게 질문을 던지거나 토론을 하셨습니다. 심화학습을 하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배를 타고 가는 그 시간을 활용해서 모처럼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배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깊은 잠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너무 깊은 잠이 들어 거센 풍랑이 일어나도 잠이 깨지 않고, 제자들이 흔들어 깨운 다음에야 겨우 일어나실 정도였습니다(막 4:37∼38). 마가복음은 자상하게도 예수님께서 ‘베개를 베고’(4:38) 주무셨다는 얘기까지 전해주고 있습니다. 코를 골았다는 얘기를 왜 안 넣었을까 싶습니다. 아예 본격적으로 주무신 셈입니다.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다니는 시간에 예수님께서는 황금 같은 휴식을 취했습니다.

한번은 제자들이 예수님께 찾아와서 그동안의 활동 보고를 했습니다. 어떻게 가르쳤고, 어떻게 병을 고치고, 어떻게 귀신을 쫓아냈는지 소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제자들의 이야기를 다 들으신 예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을까요?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막 6:31) 하고 분부하십니다. 휴가를 주신 것입니다. 피로에 지친 제자들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습니다. 저도 성경을 읽으면서 이 말씀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일과 휴식을 병행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의 일을 다 마치고 7일째 쉬신 것은 피곤하거나 지쳐서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안식의 필요성과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일에 얽매여 있습니다. 일이 많아서 편히 쉴 틈이 없습니다. 다들 무엇에 쫓기는 것처럼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피로가 누적되어 과로로 쓰러지기도 합니다. 신앙인 중에는 일을 멈추고 쉬는 것을 게으름 피우거나 빈둥거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쉬는 것은 결코 죄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축복입니다. 여름 휴가철, 복잡하고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을 찾아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풀 꽃 바람 햇빛을 접하고, 우리 영혼에서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도 들어보고, 천천히 숲 속을 걸으며 느림의 철학을 실천해 보고, 조용히 성경을 묵상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어봄직 합니다.

오종윤 군산 대은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