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시도상선 수백억 비자금 정황 포착
입력 2011-07-21 03:21
선박업체 시도상선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탈세를 넘어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지난 17일 울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경남 진해의 STX조선해양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시도상선과 거래했던 대형 조선업체들이다.
검찰은 지난 18일에는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적 선박중개업체의 서울지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동시 다발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선박 수주 관련 계약 서류, 거래 명세서 등을 집중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시도상선 서울사무소와 한국 총괄대리점인 유도해운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거래업체들로까지 신속하게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61) 시도상선 회장이 이들 업체에 선박을 발주해 주는 대가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정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회장의 비자금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권 회장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권 회장은 이미 출국이 금지됐다. 그러나 시도상선 측은 “통상 조선사는 선박 가격의 1% 정도를 발주처와 중개업체에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회계 처리가 되는 정상적인 수수료”라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지난 4월 권 회장이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데도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며 사업하는 것처럼 위장해 8000억~900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역대 최대인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권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