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머니해도 안전이 최고”… 돈, 다시 은행으로
입력 2011-07-19 18:11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시중자금이 은행 정기 예·적금으로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부동산 침체 장기화, 유럽 전역으로 확대된 그리스 발 재정위기 등 대내외적 악재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증시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심리도 일조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건설경기 악화 등 불안요인이 남아 있어 안전자산을 향한 자금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 예·적금…6개월 만에 40조원 몰려=19일 한국은행과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472조원에서 지난 4월 503조원으로 500조원을 돌파하더니 지난달 말에는 514조원으로 뛰었다. 6개월 만에 4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 초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시중 자금이 안전한 제1금융권을 찾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은 금융위기 때와 궤를 같이한다. 2008년 12월 337조원이던 정기예금은 2009년 12월 377조원으로 11%나 증가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본래 정기예금은 목돈을 지닌 법인이나 부자들의 주요 투자처지만 최근에는 개인들까지 소액 정기예금을 넣는 사례가 많다”며 “최근 금리 동향을 문의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적금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00년대 초반 20조원에 달하던 정기적금은 2008년 1월 12조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후 상승을 지속해 2009년 20조원을 회복했고 올해도 1월 21조9596억원에서 지난 5월 말 현재 22조2088억원으로 2492억원이나 늘었다.
◇불안한 대외 여건이 인기 부채질=하지만 지난 5월 말 기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의 평균 금리는 각각 연 3.82%, 3.91%에 불과하다. 4%가 넘는 물가상승률에 세금까지 제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셈이다.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자금을 넣어둔 것은 그만큼 현 금융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유럽 발 악재로 증시가 힘을 잃은 탓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안전자산에 쏠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증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자산운용사에 몰린 자금은 지난해 말 315조원에서 지난 6월 301조원으로 14조원이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 머니마켓펀드(MMF) 자금도 67조원에서 54조원으로 13조원이나 쪼그라들었다.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지루한 횡보를 계속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말 14조원에서 올 초 16조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4월 17조원을 돌파하며 증가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 6월에는 16조원에 그쳤다. 또 해외 주식형 펀드는 한 달 넘게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고 증시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예·적금에 자산을 묻어두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향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고객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이창욱 애널리스트는 “향후 은행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도 높아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