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3 학부모가 수능시험 출제하다니

입력 2011-07-19 19:42

2008학년도부터 2011학년도까지 수능시험 출제와 검토에 참여한 11명이 무자격인 것으로 감사원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수험생 자녀를 두고 있는 경우 위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공정성이 생명이나 다름없는 수능시험의 출제관리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출제업무를 위탁받은 평가원의 공신력에도 금이 갔다.

사안이 심각한데도 평가원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에 적발된 11명 중 검토위원 9명은 이미 출제된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늦게 합류했고, 선택과목의 문제를 낸 출제위원 2명의 자녀는 해당 과목을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문제의 사전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모양이다. 대단히 안이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안의 본질은 문제 유출보다 수능시험이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규정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신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파문을 몰고 온 데는 출제 및 검토위원들의 책임이 크다. 대학교수나 고교교사에게 수능시험 출제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커다란 영광일지 모르지만 시험에 응시하는 자녀가 있으면서도 없다고 허위확인서를 제출한 것은 교육자의 양심을 속인 것이다.

더 큰 문제점은 평가원이다. 수능시험을 엄정하게 관리하는 기관이라면 출제와 검토에 참여한 위원들이 실제 수험생 자녀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게 기본 책무다.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되거나 위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 주민등록등본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낼 수 있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입수능시험은 국민들의 관심사다. 시험출제에 참여할 자격을 갖춘 교수 혹은 교사의 경력이나 연령으로 미루어 볼 때 수험생 자녀를 둘 가능성이 높다. 교과부와 평가원은 시험 출제의 전 과정을 점검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허위확인서를 낸 위원들에게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등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