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된 기수문화가 가혹행위 낳았다”…해병대 안팎서 비난 봇물

입력 2011-07-19 00:32

총격사건이 발생한 해병대 2사단에서 열린 병영문화혁신 토론회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각종 악습에 대한 지적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토론자로 나선 해병대원들도 오랜 전통인 기수 문화에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1사단의 신현진 상병은 “기수 문화가 때려도 되고 맞아도 된다는 인식을 낳아 계급 간 갈등을 유발하고 지휘체계 문란과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었다”면서 “오도된 기수 문화와 비합리적인 행위 묵인, 구타 등의 악습으로 군기가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6여단 김기완 상사는 “해병대 전통이 변질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끈끈한 전우애가 지금은 위계질서를 위한 단순한 악습으로 변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해병대 외부의 질타도 이어졌다. 공군 제30 방공관제단 홍원영 병장은 “군대에서 기수 구분은 병영 내 역할분담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고참이 교육을 빙자해 신참에게 구타와 가혹행위를 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306포병대대 오대현 상병은 “이번 사건은 해병대 병영문화에 뿌리 박혀 있는 악습이 주된 원인이라 생각한다”면서 “썩은 가지와 튼튼한 가지를 가려내 악·폐습을 척결해 밝은 병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정상영 사무관은 “사회적 위계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지만 윗 기수가 아랫 기수에게 개인적인 명령을 내리는 식의 채널이 될 수는 없다”며 “해병대에서는 (이런 위계가) 사적인 지시를 하고 아랫 기수를 마음대로 하는 통로로 용인되는 게 문제”라고 질타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김관진 국방장관도 “해병대 기수문화의 악습은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김 장관은 “구타와 가혹행위는 식민지 시대의 잔재이자 노예근성”이라며 “식민지 잔재가 65년이 지났는데도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군대로 갈수록 선임병 횡포란 없다. 우리보다 훨씬 후진국가에만 남아 있다. 구타와 가혹행위는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절대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