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되레 늘고 고정금리 찬밥… 약발 안먹히는 ‘가계 빚 대책’
입력 2011-07-17 21:54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6·30대책이 현장에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 추세가 여전한 반면 고정금리 대출 상품 반응은 미지근했다. 부동산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 고정금리 확대책이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부채 감소 대책이 발표된 6월 30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신한, 하나, 우리 등 주요 3개 은행의 가계대출 총액은 172조5626억원에서 172조8783억원으로 3157억원 늘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248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420억원, 하나은행 250억원 순이었다. 6·30대책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을 현재 5%에서 2016년 30%까지 끌어올리는 등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실적도 증가세였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은 우리은행이 106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도 45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과 하나은행은 각각 2449억원, 170억원 줄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주거용 오피스텔 관련 대출을 주택담보대출 집계에서 제외했다. 주거용 오피스텔 대출액이 빠진 것을 감안하면 실제 주택담보대출액은 감소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
업계에서는 6~7월을 주택담보대출 비수기로 꼽는다. 때문에 비수기 가계대출 증가세는 사실상 정부 대책이 약발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은행 창구에서의 반응은 밋밋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대출받기가 정말 어렵느냐’는 물음만 있을 뿐”이라며 “대출 신청이나 문의는 평소와 똑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관심도 냉랭했다. 국민은행이 지난 4일 출시한 ‘KB 장기분할상환 고정금리 모기지론’의 경우 대출기간을 최대 30년 만기로 정할 수 있고 고정금리로 최저 연 4.8%가 적용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지난 15일까지 실적이 147억원(238좌)에 그쳤다. 이는 6월 30일~7월 14일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순증액분의 27%에 불과하다. 여전히 변동금리 상품에 70% 이상이 몰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고정금리 상품을 준비 중이지만 고객들의 요구나 문의는 많지 않다”며 “고정금리 상품을 만들어 팔아도 대출 규모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 세부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자금조달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합의점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경희대 권영준 교수는 “지방에서는 주택 가격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전세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주택 가격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