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여름이라고 안심해선 곤란하죠
입력 2011-07-17 17:28
겨울철에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졸중. 하지만 여름철이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건강한 일반인들이야 괜찮지만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심장 뇌혈관질환 위험인자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여름철 더운 날씨를 더 조심해야 한다. 더운 날씨에 오랫동안 노출되다 보면 혈압이 높아지기도 하고, 체력 손실이 심해져 심장혈관 계통에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한 종합병원이 지난해 응급실을 찾은 뇌졸중 환자들의 월별 분포를 조사한 결과, 추운 겨울철에 뇌졸중 환자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7월이 9.2%로 가장 많았고, 12월 8.9%, 8월 8.8% 순서로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 성인 3대 사망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치명적인 뇌졸중도 발병 3시간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만큼 거의 회복된다.
◇무더운 날씨 장시간 노출은 금물=여름철에는 장시간 더위에 노출될 경우 땀을 많이 흘린 탓으로 체온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탈수와 혈관 확장에 이어 혈압이 떨어지기 쉽다.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문병하 원장은 “특히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장혈관 질환을 갖고 있고, 땀도 많이 흘리는 사람은 탈수 현상에 의한 혈관 확장 및 혈압 상승을 예방하기 위해 늘 물을 휴대하고 다니며 수시로 마시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청량음료와 커피 등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 역시 이뇨작용으로 탈수를 촉진하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운동도 여름철에는 햇볕을 피할 수 없어 땀을 많이 흘리는 야외보다는 그늘이 져서 서늘한 곳이나 실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찬 음식 섭취와 음주 행위는 No!=냉수나 여름 과일은 한의학적으로 볼 때 찬 성질의 식품이다. 따라서 이들 음식을 많이 섭취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체내에 ‘습담’이란 어혈 물질이 생겨 피돌기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닭고기 돼지고기 술 등과 밀가루 음식 섭취도 경계해야 한다. 옛 한의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닭고기는 비록 보하는 성질이 있다고 하나 화기를 도와주므로 열을 일으켜 풍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풍병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금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술도 마찬가지다. ‘열을 얼굴 위쪽으로 오르게 하는데다 독(알코올)이 있어 마땅히 금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술은 말초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뇌혈관은 되레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밖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한데 과일이나 빙과류 대신 옥수수차, 보리차와 같이 따뜻한 차를 마셔 몸에 온기를 더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문 원장은 말했다.
◇전조증상을 무심히 넘기지 마라=갑자기 기력이 없어지고 피로를 많이 느끼는 경우,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격화되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경우, 가슴이 은근히 아프거나 압박을 느끼며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이 있을 때는 한번쯤 뇌졸중을 의심,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뇌졸중 발병 전에 나타나는 전조증상 가운데, 일과성 뇌허혈 발작(一過性 腦虛血 發作)이란 게 있다. 잠시 어지럽고, 머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났다가 수 분 내지 수 시간 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라진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당장은 괜찮더라도 결국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이 발생하게 된다는 일종의 경고다. 이를 무시하고 방치한 사람 중 33%가 뇌졸중을 앓게 되며 5%는 한 달 내, 12%는 1년 내 뇌졸중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