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기름값 인상 설득력 없어”… 정부, 다시 ‘정유사 때리기’ 나섰나

입력 2011-07-15 18:39

정부의 ‘기름값 때리기’가 다시 시작됐다. 정유사들이 이달부터 ℓ당 100원 인하를 끝내면서 기름값이 급등하자 ‘설득력 없는 인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는 실제 가격 인하 효과가 56원에 그쳤다는 소비자단체 분석까지 거론했다. 현재 소비자가격이 추정가보다 50원가량 높다고 압박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15일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내 기름값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 환율, 정유사·주유소 마진 등을 감안해 기름값 할인 전과 가격을 비교해보면 현재 시점에서 과연 기름값을 올릴 이유가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할인가격 환원을 이유로 한 휘발유 소비자가격 인상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임 차관은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며 현재 가격이 정부 추정가보다 53원 비싸다고 지적했다. 할인을 시행하기 이전인 1∼3월 정유사·주유소 마진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이달 2주째 휘발유의 추정 소비자가격은 ℓ당 1880원인데 14일 현재 가격은 1933원으로 크게 높다는 것이다.

특히 임 차관은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 분석한 결과를 언급하며 할인 효과조차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소시모 분석에 따르면 할인 전(1∼3월)과 할인기간(4∼6월)을 비교하면 정유사 마진은 평균 78원 감소했지만 주유소가 마진폭을 22원 늘리면서 실제 가격인하 효과는 56원에 그쳤다. 임 차관은 “소비자단체의 분석내용이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다. 약속한 대로 기름값을 인하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 신뢰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의 압박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정부는 연초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는 말은 한 뒤 전방위로 정유업계를 압박했었다. 결국 정유업계는 지난 4월 ℓ당 100원 인하에 들어갔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